세계 1위 '갑상선암 대국' 한국, 그 오해와 진실 [안철우 교수의 호르몬 백과사전]
[파이낸셜뉴스] 호르몬은 생명의 진화와 함께 종에서 종으로 전달되고 발전했다. 생명이 존재하는 한 반드시 존재할 화학물질이 있다면 바로 '호르몬'이다. 이런 의미에서 호르몬은 불멸이다. 안철우 교수가 칼럼을 통해 몸속을 지배하는 화학물질인 호르몬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삶을 좀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낼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갑상선암은 짝수 해마다 발표되는 국가암등록통계에서 우리나라 여성 암의 1, 2위, 남성 암의 6위를 차지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다. 2020년 자료 기준, 인구 10만 명당 환자수가 57명으로 세계 평균인 6.6명에 비해 10배가 넘는다.
그렇다면 한국인의 높은 갑상선암 발병률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한국과 인종도 같고 식문화도 비슷한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도 우리의 발병률은 지나치게 높다. 일본의 갑상선암 발병률은 201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9명이고, 중국은 2015년 기준 9.61명이다.
2014년 한국의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이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했다. 한국의 갑상선암 발병률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1999년부터다. 그해 6.4명이었던 발병률은 10년 후 40.7명으로 6.4배 증가했다. 그런데 연구진이 진단된 케이스를 살펴본 결과 이 시기 늘어난 갑상선암의 94.4%가 2㎝ 미만이었다.
요약병기(암이 본래 발생한 부위에서 퍼져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 분류에서도 증가한 갑상선암의 35.5%가 종양이 갑상선을 벗어나지 않은 '국한병기'였고, 61.6%는 종양이 갑상선 피막을 뚫고 나가거나 림프절에 전이되기는 했지만 다른 장기는 침범하지 않은 '국소병기'였다. 나머지 약 3%만이 멀리 떨어진 장기로 전이된 '원격병기'였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대폭 늘어난 갑상선암 케이스의 상당수가 심각한 암으로 발전하지 않은 '무해한 암'이었다는 것을 알려준다. 이렇게 크기가 작고 전이되지 않은 암은 갑상선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환자들 역시 자각증상을 느끼지 않는다.
자각증상이 없는데 왜 진단을 받은 걸까. 사실 문제의 시작은 이것 때문이다. 1999년부터 갑상선암 발병률이 드라마틱하게 높아진 이유는 그해부터 '국가 무료 암 검진 사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초기에는 대상자가 한정적이었지만 점점 검진 대상을 늘려 2005년부터 전국민으로 확대되었다.
물론 무료 암 검진은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 폐암에 국한된 것이라서 갑상선암은 해당되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병원들이 비용을 조금 추가하면 갑상선암까지 검사할 수 있다고 환자들을 설득했다. 갑상선암은 초음파로 간단하게 검사가 가능하고 비용도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에 병원에게도 환자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문제는 초음파 기술이 지나치게 정밀해졌다는 점이다. 1㎝ 이하의 작은 결절까지 발견하면서 조직검사와 암 진단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미국, 호주 등도 비슷한 시기에 갑상선암이 크게 증가했다. 이 나라들은 현재 16~27명 정도의 발병률을 보인다. 의료 선진국일수록 검사가 활발해서 발병률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갑상선암이 증가한 이유가 지나친 검사 때문이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유지되는 갑상선암 사망률이다.
대부분의 주요 암은 발병률이 높아질수록 사망률도 높아진다. 조기발견과 획기적 치료법이 도입되면 사망률이 감소할 수 있지만 대체로 발병률에 비례하는 패턴을 보인다. 그런데 갑상선암은 유독 발병률은 가파르게 증가하는데 사망률은 그대로다.
2020년 글로벌 통계에서 인구 10만 명당 갑상선암 환자수는 여성이 10.1명, 남성이 3.1명으로 크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사망자수는 여성은 0.5명, 남성은 0.3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 역시 2020년 보건복지부 자료 기준 남녀 합산 발병률이 인구 10만 명당 57명이지만 사망자수는 1990년대부터 2020년대인 지금까지 줄곧 0.5명 이하다.
5년 생존율은 90년대 92~93%에서 지금은 98~99%에 이르고, 10년 생존율은 90년대 87~88%에서 지금은 97%에 이른다. 발병률이 이렇게 높은데 사망자수가 계속 최저를 유지하고 심지어 생존율이 점점 100%에 가까워지는 암은 갑상선암이 유일하다. 이러한 한국의 사례는 불필요한 과잉진단과 과잉치료의 예로 외국에서도 흔히 인용된다.
2014년 미국 다트머스 의대 교수이자 암전문의인 길버트 웰치는 뉴욕타임즈에 칼럼을 기고했다. 그는 칼럼에서 한국의 높은 갑상선암 발병률은 실질적인 암의 확산이 아니라 '진단의 확산'(epidemic of diagnosis)이라며, 갑상선암은 과거 기증된 시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거의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흔히 발견되고 대부분 무해한데 한국에서는 국가의 주요 암으로 취급된다고 비판했다.
영국의 비영리 암연구기관인 영국암연구소도 2018년 한국의 갑상선암 과잉진단에 대해 분석한 글을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1990년대 후반에 비해 발병률이 10배나 증가했지만 사망자수는 그대로인 것은 과잉검사 때문이라며 "그다지 발견될 필요도, 치료할 필요도 없는 무해한 암이 조기검진으로 너무 많이 발견된 케이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사실 조기검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갑상선암도 전체 10년 생존율은 97%이지만 3기 환자들의 10년 생존율은 60~70%이고, 4기 환자들은 50% 미만이다. 갑상선암은 자각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검진을 계속 미루다가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
오히려 잘못된 것은 조기검진 자체가 아니라 검진 결과에 대한 과민반응이다. 몇 mm에 불과한 작은 결절까지 일일이 조직검사를 해서 암인지 아닌지 가릴 필요는 없다. 종양의 크기가 1센티미터 미만이고 증상도 전혀 없다면 시간을 두고 지켜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6개월 간격으로 초음파검사를 하면서 크기가 자라는지 관찰하고 크기가 실제로 커지면 그때 조직검사를 해도 늦지 않다. 그리고 조직검사로 암 진단을 받았다 해도 곧바로 수술할 필요가 없다. 크기가 크지 않고, 위치가 나쁘지 않고, 전이가 되지 않은 상태라면 좀 더 지켜봐도 된다.
보통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암세포가 몸에 자라고 있다는 사실에 겁을 먹어 빨리 떼어내고 싶어하는 심리가 크다. 하지만 일찍 수술하는 것이나 진행을 확인한 후에 수술하는 것이나 생존율에 차이가 없다. 또한 75세 이상의 고령층이라면 단지 암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려는 의도로 갑상선암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암 검진의 목적은 암을 일찍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하여 기대수명을 채우는 데에 있다.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2021년 기준 83.6세이니 75세까지 갑상선에 문제가 없었다면 나머지 8~9년도 문제없이 살 수 있다. 오히려 고령층은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수술하는 과정에서 건강이 심하게 악화될 수 있다.
기대여명이 10년 이하라면 굳이 암 검진을 해서 또 다른 병을 만들지 말고 식사와 운동으로 몸을 잘 관리하며 여생을 편하게 보내는 것이 낫다. 갑상선암뿐만 아니라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도 마찬가지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