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교복 입으면 해코지 당할라"…배재고, 결국 사복 등교 조치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29일 고교야구 대회 도중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 화환이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놓여 있다.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전날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뉴시스
지난달 29일 고교야구 대회 도중 광주일고를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빚은 배재고 야구부를 비판하는 근조 화환이 2일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앞에 놓여 있다.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전날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배재고 야구부에 전국대회 출전 정지 6개월 중징계를 내렸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발생한 일부 학생들의 '지역 비하 응원'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해당 학교가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한시적으로 교복 대신 사복 착용을 허용하는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다.

3일 교육계와 배재고 학부모 등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배재고등학교는 이날부터 당분간 학생들이 교복 대신 사복을 입고 등·하교하도록 안내했다. 이번 결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중심으로 학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교복을 입은 재학생들이 외부에서 불필요한 조롱을 받거나 신변에 위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선제적 보호 조치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에서 비롯됐다.

서울시교육청의 점검 결과에 따르면, 당시 응원석에 있던 배재고 2학년 A 학생이 광주 지역을 비하하는 맥락이 담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선창했고 주변 학생들이 이를 연호했다. 뒤이어 B 학생은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은 '탱크데이'라는 구호까지 외친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 팀인 광주제일고 코치진은 해당 모욕성 구호를 인지하고 심판진에 즉각 항의했다. 배재고 코치진은 공수교대 과정에서 항의 내용을 전달받은 뒤 학생들을 현장에서 훈계했으며, 경기가 끝난 후 광주제일고 더그아웃을 직접 찾아가 공식 사과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자 사회적 공분이 일며 학교 인근의 긴장감도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배재고 정문 앞에는 야구부 학생들의 행태를 비판하는 근조화환과 이에 반대하는 응원화환이 동시에 배달되며 대치 국면이 이어졌다. 강동구청은 통행 방해와 학생 정서 저해 등을 이유로 민원이 잇따르자 화환 철거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배재고의 한 학부모는 "일부 학생들의 철없는 잘못으로 인해 학교에 자부심을 갖고 성실히 다니던 전체 재학생들까지 고개를 숙이고 죄인 취급을 받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깝다"며 허탈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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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적인 문책 절차에 돌입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배재고는 부적절한 구호를 선창한 학생 2명을 학교 생활교육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이들의 구호에 동조하며 함께 외친 다른 학생들에 대해서도 추가 징계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당초 교육 당국은 경기 직후 사과가 이루어진 점을 고려해 코치진에 대한 별도 징계는 고려하지 않았으나, 현장 지도·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면서 체육계 지도자 징계 방안도 함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운동부를 운영하는 시내 전체 초·중·고교에 공문을 발송해 대회 기간 중 혐오·차별 표현 금지와 스포츠 인권 교육 강화를 지시했다. 교육청은 오는 8월 17일까지 대상 학교들을 직접 방문해 관련 교육 이행 여부를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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