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독립 250주년 대규모 행사... 트럼프 연설에서 예외주의 강조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4일(현지시간) 역대급 폭염과 뇌우,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과 함께 독립 250주년 기념일을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수도 워싱턴 DC 내셔널몰에서 열린 기념행사 연설에서 "지난 250년 동안 미국은 전 세계 모든 국가 가운데 희망이자 약속, 빛이자 영광이었다"며 "전 세계 그 누구도 우리처럼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미국 예외주의"를 강조했다.
이날 워싱턴 DC는 역대 가장 뜨거운 7월 4일 독립기념일로 기록될 만큼 낮기온이 37.8도를 웃돌면서 탈수와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시민들이 속출했고, 주방위군 병력이 긴급 투입돼 물을 배포했다.
오후에는 강한 뇌우까지 예보되면서 낮과 저녁에 예정된 행사를 보기 위해 기다리던 수천명의 관람객들이 경찰의 명령에 따라 인근 박물관과 연방 정부 건물로 대피했다.
이후 기상 상황이 호전되면서 내셔널몰이 재개장됐으며 관람객들은 삼엄한 보안 검색을 거쳐 다시 행사장으로 입장했다.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 이상 늦어진 밤 11시 직후 무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힘과 권력은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매우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3일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역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대통령 4명의 얼굴이 새겨진 사우스다코타주의 러시모어 산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 정체성이 공격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공산주의 유입'을 경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우리는 우리 나라에 공산주의자가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 공산주의는 작동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결코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수층을 겨냥한 메시지를 반복했다.
이번 건국 250주년 행사는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의 색채가 도시 곳곳에 짙게 묻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워싱턴 내 분수대와 동상, 기념비 등을 정비하는 대대적인 미화 작업에 착수한 바 있다. 최근에는 약 1600만달러(약 244억원)를 들여 링컨 기념관의 반사 연못 복원 공사를 진행했으나, 녹조 현상과 코팅재가 벗겨지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행사 기획을 둘러싼 정파성 논란도 제기됐다. 당초 미 의회는 2016년 초당적 위원회인 '아메리카250'을 구성해 이번 기념일을 준비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이 세운 별도 단체인 '프리덤 250'이 이번 축제의 기획과 주도를 사실상 장악했다. 일각에서는 이 단체가 보수적 의제를 행사의 중심에 배치해 축제에 정치적 색채를 입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프리덤 250' 측은 "모든 미국인을 위한 파티를 만든 것"이라고 반박했다.
보안 조치도 이전과 달리 대폭 강화됐다. 예년에는 관람객들이 아이스박스나 피크닉 용품을 자유롭게 지참할 수 있었으나, 올해는 엄격한 보안 검색을 거쳐 작은 투명 가방 하나만 반입이 허용됐다. 유리나 금속 용기, 텀블러 등은 전면 금지됐다. 또한 대규모 불꽃놀이로 인한 대기 질 악화가 우려되면서 워싱턴 주민들에게는 창문을 닫고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을 가동하라는 행동 요령이 시 당국으로부터 권고되기도 했다.
한편, 축제 이면에서는 긴장감도 감돌았다. 낮 동안 복면을 쓰고 백인 우월주의 단체 '패트리엇 프런트'의 상징 장비를 착용한 무리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한 뒤 남부연합기를 흔들며 유니언 스테이션 앞을 행진하는 기습 시위를 벌였다.
갈등과 무더위 속에서도 축제의 대미는 화려하게 장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주최 측인 '프리덤 250'의 주도로 85만발 이상의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는 일반적인 독립기념일 불꽃놀이 시간의 두 배에 달하는 35분동안 이어져 장관을 연출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독립기념일에 내셔널몰에서 직접 연설을 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1976년 건국 200주년 당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필라델피아에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뉴욕항에서 연설한 바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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