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父' 사건으로 떠오른 '친족 특례' 개정..."처벌해야" VS "취지 고려"
"입법취지 고려해야" 신중론
"수사기관 연결성 해친다" 폐지론
해외에서는 '면제' 또는 '감형'
[파이낸셜뉴스] #.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지난 2017년 딸의 친구인 여중생 A양을 살해했다. 이 과정에서 이영학의 모친은 A양을 살해할 때 사용했던 넥타이와 피해자의 옷을 불태워 증거를 인멸했다. 하지만 경찰은 핵심 증거가 인멸됐음에도 이영학 모친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었다. 이영학의 모친이 '친족 특례'에 따라 입건조차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의 아버지가 핵심 증거를 인멸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친족특례' 조항 폐지에 대한 의견 대립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행법상 친족이 가족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피를 도울 경우, 처벌할 수 없는 조항으로 입건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수사기관의 수사를 방해하는 사실상 독소조항이라며 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입법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8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 장윤기의 아버지 장모씨는 범행의 주요 증거로 지목된 SUV와 '훼손된 리얼돌', 휴대전화 등을 인멸했다. SUV의 경우, 피해자의 혈흔이 묻어 있는 상태에서 장씨가 보름간 운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기에 장윤기 자취방에서 발견된 '훼손된 리얼돌'을 폐기하고 장윤기가 사용한 '휴대전화' 등을 모두 불태운 것으로 수사 결과 밝혀졌다.
특히 리얼돌과 휴대전화의 경우, 장윤기 재판에 핵심 증거로 사용될 수 있었다. 훼손된 리얼돌은 검찰이 장윤기의 왜곡된 성 의식과 강간 목적을 재판에서 증명할 수 있는 핵심 증거로 판단했지만, 이미 장씨가 폐기한 뒤였다. 휴대전화도 장윤기의 과거 행적을 살펴볼 수 있었던 중요 증거였다. 현재 수사 중인 '케이블타이'의 행방도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현행법상 일반 살인죄는 징역 5년이라는 하한선이 있지만, 강간목적살인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만 선고가 가능해 형량에 있어서도 중요한 증거였다.
하지만 이러한 증거인멸에도, 장씨는 처벌은커녕 형사입건도 되지 않았다. 형법 155조 4항에 따르면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가족의 범행을 위해 증거인멸을 하거나 범인도피를 도울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 장씨는 장윤기의 친족에 해당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는 것이다.
여기에 장씨가 현직 경찰이라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수사 과정에 직접 개입하진 않았지만, 수사 상황을 보고 받고 친족에 의하면 증거인멸이 처벌받지 않는다는 점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때문에 법무부도 친족특례 개정 검토에 나섰다. 비록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현재 특례 조항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해 12월 유사한 취지로 가족 간 절도, 사기 등 재산범죄의 처벌을 면제해주던 '친족상도례' 규정도 시대적 흐름에 맞춰 폐지한 만큼, 이 특례 역시 개선돼야 할 부분은 없는지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신중론을 펴는 측에서는 입법 취지를 고려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족 특례법 입법 취지가 가족의 범행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는 일종의 소극적 태도에서 기인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등과 관련 없는 일반인에 대한 친족 증거인멸을 처벌하게 된다면 적법행위에 대한 기대가능성이 낮은 것을 고려한 입법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공공연하게 압수수색에 대비해 하드디스크와 휴대전화를 인멸하라고 하는 것도 증거인멸로 할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이나 변호사, 검사 등 관계인들의 증거인멸이면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처벌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특례를 개정하자는 측에서는 입법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이번 사안 같이 핵심 증거 인멸에 대해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수사 또는 형사, 사법 절차에 관여될 수 있는 친족의 경우를 예외 조항으로 두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이건 그야말로 경찰과 검찰로 이어지는 수사기관의 연결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특례법은 조직적, 위계적으로 증거를 인멸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친족을 상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검사나 경찰 등 관계될 수 있는 부모를 둔 자식들만 좋은 일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현장에서도 해당 특례법으로 증거가 훼손되거나 범인을 검거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엄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모두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형을 감면하는 형태로 존재한다. 일본의 경우, 형을 '면제'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즉 재판에 넘겨져 법관의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교적 약한 범죄일 경우 형을 면제할 수 있지만, 중대 범죄의 경우 법관의 판단에 따라 처벌할 수 있도록 열어둔 것이 특징이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같은 구조다. 특례법으로 친족의 범행을 보호하기 위한 증거인멸이나 범인도피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다만 증거를 없애기 위해 물건을 파손하는 등 다른 범죄가 성립한다면 해당 범죄 혐의는 그대로 유지된다.
영국은 따로 특례를 두지 않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도입이 논의됐지만, 끝내 법제화되진 않았다. 대만의 경우에는 감경 또는 면제로 조금 더 폭이 넓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