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상무장관, '마이크론의 경쟁업체 삼전닉스 美 반도체 공장 원해'
[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의 필수 요소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을 향한 압박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뉴욕주 시러큐스에서 열린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행사에서 "한국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과 미국 내 투자 확대를 논의 중"이라며,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원치 않을지 모르지만, 나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반도체 공장을 짓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의 이러한 발언은 글로벌 반도체 부품 부족 현상을 완화하고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영토 내에서 직접 생산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인프라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향후 수년간 총 8800억달러(약 1326조원) 규모의 초대형 신규 공장 투장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르면 10일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통해 최대 270억달러(약 41조원)를 조달할 예정이다. 시장 투자자들은 공모를 통해 확보한 자금이 차세대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로 직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러트닉 장관은 이 막대한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미국 본토로 유치해 자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그는 행사에서 "마이크론이 길을 개척하고 있으니 다른 경쟁 기업들도 이를 부러워하며 결국 뒤따라오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위대한 미국 기업들과 지식재산권(IP)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기업들을 철저히 보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 메모리 업체 마이크론은 오는 2035년까지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에 총 2500억달러(약 377조원)를 투입하는 초대형 장기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자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 사격을 확인한 마이크론의 주가는 뉴욕 증시 장중 한때 9.1%까지 폭등하며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반면 미국 정부는 자국 빅테크 기업들이 제품에 중국산 메모리 반도체를 도입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하게 선을 긋고 있다.
현재 창신메모리(CXMT)와 양쯔메모리(YMTC) 등 중국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미 국방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어, 미국 기업이 이들 제품을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하려면 정부의 특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팀 쿡 애플 CEO는 최근 지속되는 부품 가격 상승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중국산 메모리 사용 허가를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 마이크론을 비롯한 미국 현지 업계는 승인 불허 조치를 내리며 강력한 제동을 걸고 있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애플과 같은 미 빅테크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중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진입할 경우, 수익성 악화로 인해 미국 내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와 중국 견제라는 두 가지 핵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독보적인 기술력이 입증된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투자 압박 수위를 더욱 높여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