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내고도 못 받나"…도수치료 '관리급여화'에 대혼란
선행조건 충족하려 치료 2주 지연…"회복 더뎌 조기 퇴원 유행"
획일적 '2주·4회 룰'에 발 묶여…"수술·급성기 환자는 예외적용"
의료계 "의사의 진료권·환자 치료 선택권 침해…기준 유연화를"
[파이낸셜뉴스] "매일 도수치료를 받으면서 집중 재활을 하려고 입원했는데, 이제는 주에 딱 2번밖에 안 된다니 차라리 퇴원하는 게 낫겠어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입원한 환자 A씨)
"내 돈을 더 내고 비급여로라도 편하게 치료를 받겠다는데, 그것조차 나라 기준 때문에 안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척추 질환으로 통원 치료 중인 환자 B씨)
정부가 실손보험 재정 악화와 과잉 진료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한 '도수치료 관리급여화' 제도를 시행한 후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불만과 의료진의 비명이 극에 달하고 있다.
환자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규제가 오히려 환자의 치료권을 침해하고,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장 큰 혼란이 일어나는 지점은 도수치료 처방을 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선행 치료 필수 조건(시행 기준)'이다.
12일 정부 고시 등에 따르면 환자가 도수치료를 받으려면 먼저 마사지나 단순운동 등 기본 물리치료나 단순 재활치료를 '최소 2주 이상' 지속하고 '4회 이상' 시행해야 한다. 그렇게 치료를 했음에도 '증상에 호전이 없다'는 점이 의학적으로 증명되고 기록되어야 비로소 도수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집중적인 초기 치료가 필요한 입원 환자들조차 선행조건을 충족하기까지 약 2주간 치료가 지연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전액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겠다고 자청해도 관리급여 기준에 따라 시행해야 한다"며 "국민 건강을 위한 제도가 오히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드는 장벽이 됐다"고 토로했다.
치료 횟수 제한에 대한 반발도 거세다. 기존 비급여 체제에서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매일 또는 주 3회 이상 집중 치료를 받아 빠른 회복을 도모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주 2회(연간 15회, 예외 시 24회)'로 획일적인 상한선이 생기면서 환자들이 체감하는 회복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는 평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 사이에서는 "치료를 아껴 받아야 한다"는 웃지 못할 불만이 나오는가 하면, 충분한 치료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치료를 중도 포기하고 조기 퇴원을 선택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게다가 복합운동치료나 CPM(무릎관절 운동기구) 치료 등 필수적인 재활 치료를 도수치료와 같은 날에 시행하더라도, 동시 산정 불가 기준이 있어 환자들의 통원 및 치료 불편을 가중시키는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환자 뿐 아니라 의료진과 병원 행정 부서도 과부하 상태다.
의사가 도수치료를 처방할 때마다 매번 구체적인 치료 부위와 기법 등을 전산에 입력해야 하는 행정 업무가 대폭 늘었다. 환자가 원하더라도 선행조건 충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 뒤에야 접수와 진료가 가능해 대기 시간이 길어지면서 외래 환자들의 항의도 빗발친다.
요양병원의 경우, 기존 비급여 가격(회당 3만∼4만 원 선)과 비교했을 때 관리급여 도입 이후 환자가 실제로 체감하는 본인부담률(95%)이 너무 높아 문의와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의료계는 정부의 과잉 진료 억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선행조건을 즉각 완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의학계 관계자들은 무엇보다 '선행 물리치료 2주·4회 의무 규정'의 유연화를 주장한다. 급성기 근골격계 환자처럼 도수치료의 즉각적인 개입이 임상적으로 입증된 경우에는 2주를 기다리지 않고 의사의 진단 하에 즉시 도수치료를 시행할 수 있도록 예외 기준을 대폭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대한종합병원협회 관계자는 "과잉 진료를 잡겠다는 명분이 실제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의 다리까지 묶어서는 안 된다"며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재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급성기·입원 환자에 대한 선행조건 면제 및 완화 △환자 상태에 따른 획일적 횟수 제한 유연화 △다른 재활 치료와의 동시 산정 불가 기준 해제 등 현장 중심의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