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EC, 클래리티 액트 장기화 속 '가상자산 거래규칙' 정비 [크립토브리핑]
발행 면제·고객자산 보호·거래소 규정 순차 제안
[파이낸셜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의회 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액트' 입법과 별개로 가상자산 발행·수탁·거래에 적용할 세부 규칙 마련에 나선다. 미국 상원에서 클래리티 액트를 둘러싼 윤리 조항과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규제 협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SEC가 현행 증권법상 권한으로 시장 운영 기준을 먼저 구축하는 모습이다.
16일 외신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EC는 최근 규제 의제에 가상자산 관련 규칙을 제안 단계 과제로 올렸다. 가상자산 발행·판매과정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등록의무를 면제하는 세이프하버 도입을 검토하고, 브로커딜러의 순자본·고객자산 보호·장부 및 기록관리 규정 등을 가상자산 거래에 적용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대체거래시스템(ATS)과 증권거래소에서 가상자산 증권을 거래할 수 있도록 거래소법 규정을 개정하고, 투자자문사와 펀드의 가상자산 수탁 기준을 정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다만 규제 의제에 제시된 일정은 실제 규칙안 제안과 시행 시기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한투자증권 박성제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SEC의 이번 조치가 클래리티 액트 통과만 기다리는 대신 SEC가 현행 권한 안에서 시장 운영에 필요한 규정을 먼저 마련하는 선제 대응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SEC의 이번 사전 규칙 제정이 거래소, 브로커딜러, 수탁기관, 전통 금융회사의 시장 진입 기반을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SEC는 가상자산을 디지털 상품·스테이블코인·디지털 증권 등으로 구분하고 채굴과 스테이킹(예치 보상) 등에 증권법을 적용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미국의 규제 논의가 개별 토큰의 증권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서 발행·수탁·거래 절차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SEC 행정규칙으로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을 확정할 수는 없다. 가상자산 현물시장 감독 권한, 디지털 상품 정의, 거래소 등록체계를 정하려면 의회 입법이 필요하다.
상원에서 논의 중인 클래리티 액트는 디지털 상품 현물시장 감독 권한을 CFTC에 부여하고 SEC와 CFTC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의 가상자산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윤리 조항과 비수탁형 소프트웨어 개발자 규제,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보상 등을 놓고 협상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도 디지털자산기본법과 토큰증권(STO)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논의 초점은 발행 주체와 자산 분류에 집중돼 있다. 향후에는 거래소·증권사·은행·수탁기관의 역할과 고객자산 보호,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 관리, 외국환 거래, 퍼블릭 블록체인 접속 등 실제 운영체계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법인 광장 한서희 변호사는 "미국은 디지털자산 규제 체계를 먼저 만들고 달러 유동성을 기반으로 해당 기준을 해외에 확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한국도 자산 성격을 구분하는 것을 넘어 발행·수탁·거래와 결제·정산을 포괄하는 한국형 온쇼어링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