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 부르는 뇌 노폐물, 배출 '첫 관문' 발견...뇌질환 연구 기대
[파이낸셜뉴스] 뇌 속 노폐물을 내보내는 숨겨진 통로가 처음 발견됐다. 노화로 저하된 노폐물 배출 기능을 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전략도 함께 제시돼,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 연구팀이 동물 실험을 통해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이 뇌를 감싼 뇌막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으로 흡수·배출되는 핵심 경로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은 뇌액이라고도 하며, 뇌를 보호하고 노폐물을 배출시켜 중추신경계의 기능과 항상성을 유지하는 액체다. 림프관(Lymphatic vessel)은 조직의 체액과 면역세포 등을 림프절로 운반해 체액 순환과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과기정통부의 IBS 기초과학연구단 지원 사업을 통해 수행된 이번 연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인 '셀(Cell)'에 7월 22일 0시(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IBS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마침내 뇌척수액이 지주막을 빠져나오는 첫 관문을 발견했다. 지주막(Arachnoid)은 뇌와 척수를 감싸고 있는 세 겹의 뇌막(연막, 지주막, 경막) 중 중간에 위치한 반투명한 막으로, 지주막과 연막 사이에 뇌척수액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견한 관문을 '지주막 소창(Arachnoid fenestrations, 미세 구멍)'이라고 명명했다.
앞서 IBS 연구팀은 지난 2019년과 2024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연구를 통해 뇌척수액이 뇌 하부 뇌막 림프관 및 비인두 림프관 망을 거쳐 목 림프절로 배출되며, 노화에 따라 이 경로가 퇴화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어진 2025년 네이처(Nature) 발표 연구에서는 눈과 코 주위 등 얼굴 피부 아래 림프관을 통한 새로운 배출 경로와 함께 미세한 기계적 자극으로 배출을 촉진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번 지주막 소창 발견을 통해 뇌척수액이 지주막 소창을 통과해 뇌막 림프관과 비강(코 안) 림프관을 거쳐 목 림프절로 이동하는 전 과정을 밝혀내 배출 경로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림프관을 형광 표지한 특수 생쥐와 첨단 3차원 입체 영상 기술을 활용해 후각망울(뇌 앞)에 있는 림프관이 비강의 림프관과 사골판(뇌와 비강 사이 얇은 뼈)을 사이에 두고 서로 직접 연결돼 있는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확인했다. 이어 주사전자현미경 이미징 분석과 뇌척수액에 형광 물질을 태워 흘려보내는 추적 실험으로 뇌 속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배출 경로를 직접 확인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노화가 이 배출 경로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했다. 노화된 생쥐에서는 지주막 소창이 좁아지고 주변 뇌막 림프관이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림프관과 후각신경이 통과하는 사골판의 통로도 좁아져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화된 생쥐의 비강 점막에 림프관 생성을 촉진하는 유전자인 'VEGF-C'를 투여한 결과, 비강과 후각망울 주변의 림프관 재생이 촉진되면서 림프관을 통한 배출 경로가 다시 넓어졌고, 감소했던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젊은 생쥐 수준으로 회복되는 놀라운 결과를 확인했다. 이는 약물을 코 안에 투여하는 비침습적인 방식으로 치매 등 퇴행성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적 가능성을 제시한다.
IBS 고규영 단장은 "이번 연구는 약 250년 전 뇌막 림프관이 처음 발견된 이후 오랜 난제였던 '뇌척수액의 지주막 통과 경로'를 명료하게 밝힌 이정표적 성과"라며, "이로써 뇌 노폐물 배출의 시작점부터 목 림프절에 이르는 연결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홍선표 연구위원은 "영장류에서도 동일한 지주막 소창 구조를 확인함으로써 사람의 뇌 청소 기전을 밝힐 핵심 단서를 확보했다"며, "앞으로 인체 조직을 이용한 연구로 확장하고, 다양한 퇴행성 뇌질환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