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비아파트도 '살 만한 집' 될까…이제 정부·국회가 답할 차례 [주거사다리의 '밑단'·⑤끝]

김희선 기자,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전문가들 "주택공급, 무너진 건 아파트 아닌 비아파트"
비아파트 외면 이유 해법은…공급자 등록·보증금 예치·합필·중층화 등
비아파트에 대한 국민 선호도 끌어올리려면 정부·국회 나서야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 생중계를 시청 중인 시민들의 모습.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급과 금융, 세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요구가 나왔으며 비아파트 문제 역시 중요하게 거론됐다. /사진=뉴시스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 생중계를 시청 중인 시민들의 모습.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급과 금융, 세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요구가 나왔으며 비아파트 문제 역시 중요하게 거론됐다. /사진=뉴시스

빌라로 대표되는 비아파트는 살고 싶은 선호의 주거지가 아닌 살 수밖에 없는 수요의 주거지다. 주거 사다리의 맨 끝단이라 불리는 비아파트, 그곳에 사는 이들과 전문가들은 선호의 주거가 되기를 고민하며 정부를 향해 그 고민을 함께 하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부동산 시장은 비아파트가 외면 받게 된 원인을 하나의 이유로 보지 않았다.

자본력이 검증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자의 시장 진입과 높은 전세보증금에 의존한 사업 방식이 대규모 반환 사고로 이어지며 전세사기 공포를 키웠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이 입주를 꺼리게 했고, 빌라 한 채만 보유해도 유주택자로 분류되는 제도까지 더해지며 비아파트 비선호 현상이 더욱 심화됐다. 가격 상승 가능성과 환금성은 아파트보다 낮은데도 세금과 청약, 대출에서는 같은 주택 한 채로 계산되기 때문이다.

주택공급 문제를 두고 "아파트가 무너진 게 아니라 비아파트가 무너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 참석한 채상욱 커넥티드그라운드 대표도 토론회 이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같은 주장을 했다.

그는 "아파트는 올해도 수도권 16만호를 분양하고 5월말 4.2만호 누적분양에 성공했지만, 비아파트는 같은 기간 0.7만호"라며 "주택수요 기반 주택공급은 수도권 26만호가 기본이나, 2022년부터 2025년까지 16만호를 했으니 -10만호다. 이들 중 오피스텔을 포함한 비아파트는 10분의1토막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비아파트의 문제 심각성을 아직 그 정도로 청와대가 인지하고 있지 않은 게 아닌가"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급자 신뢰 위한 '공급자 등록' 제안

여러 원인이 얽혀 있는 만큼 비아파트 비선호를 해결할 방법도 단순하지 않다. 신뢰 회복의 첫 단계는 사업자 자격과 시공 품질 및 주택 관리 기준을 강화한 공급자 관리다.

등록된 주택건설사업자가 사업계획승인과 감리, 보증 절차를 거치는 아파트와 달리 소규모 다세대·연립주택은 건축법상 건축허가만으로 지을 수 있어 사업장마다 법인이나 건축주 명의를 바꿀 경우, 실질 공급자의 과거 실적과 하자·보증금 사고 이력을 추적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대형 건설사와 같은 기준을 영세 사업자에게 적용하기도 어렵다. 자칫 정상적인 소규모 공급까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해결책으로 '소규모 주택건설사업자(가칭)' 등록제 신설을 제안했다.

기존 등록사업자의 자본·인력 요건은 완화하되, 등록·실적관리와 하자책임, 보증 가입 의무를 부과하고 자금 내역 공개를 의무화해 실질 지배자와 공급 이력을 통합 관리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법과 시행령을 고쳐 소규모 주택건설사업자 유형을 신설하고, 관계 법인과 실질 사업주체의 물량을 합산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지자체의 건축허가 정보와 국토교통부의 사업자 등록정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사고 정보를 연계할 법적 근거도 필요하다.

전세보증금이 건설비가 되지 않도록…'무자본 사업' 막아야

충분한 자기자본 없이 대출과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에 의존하는 자금 구조에도 변화를 요청했다. 임차인의 보증금을 별도 계좌나 제3의 기관에 예치한 뒤 계약 조건에 따라 집행하는 유럽형 에스크로 방식이 거론된다. 보증금이 건설비나 대출 상환에 곧바로 쓰이지 않도록 차단하는 구조다.

이를 제도화하려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보증금 보관·관리 기준을 신설하거나 별도 관리법을 만들어야 한다. 민간임대주택법상 보증 가입 의무를 일정 규모 이상의 비등록 임대인이나 신축 비아파트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된다.

다만 보증금 전액을 묶으면 임대사업과 주택금융 구조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는 만큼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덕례 연구위원은 "보증금 전액을 일시에 묶기보다는 위험도가 높은 신축 비아파트부터 일부 예치하거나 공사 진행률에 따라 분할 지급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요청했다.

보증을 확대할수록 위험이 한 기관에 쏠린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분양보증, 주택사업금융(PF)보증 등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도맡고 있다. 문제는 소규모 주택사업자와 임대사업자의 위험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민간 보증시장은 형성되지 않았다.

채 대표는 토론회에서 "현재 일반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토지와 공사비를 빌린 뒤 분양대금으로 상환하는 구조지만, 임대사업은 사업 초기 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며 "민간임대 공급자 금융이 제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체에 붙은 빌라 매물 정보. /사진=연합뉴스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체에 붙은 빌라 매물 정보. /사진=연합뉴스

이에 김 연구위원은 "화재 위험을 보험으로 분산하듯 주택사업에서 발생하는 위험도 공공기관 한 곳이 아니라 보험과 공제, 민간 보증기관이 나눠 맡는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며 보증체계를 이원화하자고 제시했다.

HUG와 주택도시기금은 서민 임차인 보호와 정책사업을 중심으로 역할을 맡고 준공과 하자, 임대료, 보증금 반환, 공사대금 등 사업 위험은 주택사업자 단체나 보험사 등 민간·공제 보증이 분담하는 방식이다.

필지 합쳐 중층화하고 관리까지 책임져 주거 품질 업그레이드

주거 품질 개선에 대한 의견들도 나왔다. 작은 필지에 건물 한 동씩 짓는 방식에서 인접 필지를 합쳐 공동 개발하면 진입로·주차장·계단을 통합해 지하주차장과 지상 녹지를 확보하고, 가족이 살 수 있는 중형 주택도 공급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사업 유형과 요건을 유연하게 고치고, 합필 사업시행자 제도와 동의율·매도청구 기준, 용적률·층수 특례, 지자체의 기반시설 지원 근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층수와 용적률만 높이면 좁은 부지에 세대만 늘어난 '고층 빌라'가 될 수 있는 만큼 실제 차량 보유율을 반영한 주차장 확보, 인센티브로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지하주차장과 승강기, 녹지, 공동시설에 투입하는 걸 요구해야 한다.

준공 이후 관리도 집을 잘 짓는 것만큼 중요하다. 공동주택관리법상 의무관리대상은 300세대 이상이거나 승강기 등을 갖춘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이 중심이어서, 10∼20세대 빌라는 관리사무소나 전문 인력을 두기 어렵다. 외벽·배관·승강기에 문제가 생겨도 관리단이 구성되지 않으면 수선이 지연된다.

해법으로는 모아타운 등 소규모주택정비사업과 연계하거나, 다수 건축물을 묶는 지역단위 공동관리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정 지역의 빌라 여러 동을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전문 관리회사가 청소와 소방·승강기 점검, 공용시설 수선을 맡는 방식이다.

비아파트를 다시 '선호의 주거'로 만들기 위해 제안하는 정책들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 ChatGPT]
비아파트를 다시 '선호의 주거'로 만들기 위해 제안하는 정책들 /사진=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 [AI생성 이미지 - ChatGPT]

'주택 수 제외' 국민의견 쏟아졌다

가장 직접적인 수요 대책으로는 역시 일정 가격·면적 이하 주택의 주택 수 제외가 꼽힌다. 정부는 2027년 말까지 취득하는 전용 60㎡ 이하, 수도권 6억원·비수도권 3억원 이하 신축 소형주택을 일부 세제상 주택 수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현장에선 이 기간을 최소 3년에서 최대 제한 없이 늘리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비아파트의 경우 주택 수에서 완전히 제외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가격 상승률이 아파트의 절반 수준도 안 될 정도로 느린 데다, 신축의 경우 당장 재건축할 일도 없다.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수익이 나오는 기업형으로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작용도 고려할 부분이다. 가격 상한 없이 제외할 경우 고가 연립주택·오피스텔 등도 포함돼 다주택 규제를 우회하는 투자수단이 될 수 있고, 정비구역만 예외로 두면 지정 전 후보지로 투기 수요가 이동할 수 있다.

이에 △가격 상한 △제외 가능 채수 △보유 기간 △실거주 여부 △임대등록과 반환보증 가입 △정비사업 추진 여부 등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 수립을 위해 마련한 국민 의견수렴 홈페이지에도 한 제안자는 "1억 이하 15평 이하 오래된 빌라는 주택 수에서 제외해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고 다른 제안자는 "소형·신축 비아파트 일부에만 주택수 제외 혜택을 줬지만, 이는 반쪽짜리 대책이다. 신규 및 기축 구분 없이 84㎡ 이하 비아파트를 전면 주택수 산정에서 배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비아파트, '살 만한 집'이 될 수 있을까

비아파트 문제는 주택법과 소규모주택정비법, 건축법·국토계획법, 공동주택관리법과 집합건물법, 주택임대차보호법과 민간임대주택법, 세법과 청약·금융 규정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법 하나, 제도 하나만 고쳐 발표하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비아파트 문제를 개별 대책이 아닌 하나의 주거정책으로 다룰 차례라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3일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은 "억지로 가격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다. 비정상적인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이 잘못 형성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아파트는 도심에서 비교적 빠르게 공급할 수 있고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거주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택인 만큼 지금이라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해 '살 만한 집'이 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할 때다.

정부는 27일에도 한성숙 총리 주재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날 현장에선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 지원과 용도전환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내달 초 세제 개편안과 후속 부동산 정책 보완에 반영할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김희선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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