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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어 뺏길라"...물류비 급등에도 수출기업 3곳 중 1곳 '비용 전가 0%'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무협, 상반기 유가 변동 수출 물류 애로 설문 결과 발표
"운임 상승, 최대 애로"...응답기업 83.1% 지목
전가율 0% 응답 32.9%..."비용, 수출기업이 흡수"
영업이익률 하락 85.9%..."물류비 직접 지원 시급"

상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수출 물류 애로 조사 결과. 한국무역협회 제공.
상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수출 물류 애로 조사 결과. 한국무역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중동 전쟁 이후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류비 부담이 확대됐으나 국내 수출기업 10곳 중 3곳은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기업이 인상분을 스스로 떠안으며 수익성이 갉아먹히고 있어, 물류비 직접 지원 등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상반기 유가 변동에 따른 수출 물류 애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수출 제조기업 219개사 가운데 83.1%(182개사)는 '운임 상승'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 실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전쟁 발발 전보다 2.3배 뛴 3,062pt까지 치솟아, 지난해 최고치(2,240pt)를 1.4배가량 웃돌았다. '원자재·부품 조달비용 상승'을 애로로 꼽은 기업도 56.6%(124개사)에 달해, 물류비와 원가 부담이 겹으로 기업을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불어난 비용을 판매가에 반영할 여지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응답 기업의 78.1%(171개사)가 비용 증가분의 20% 미만만 가격에 반영했다고 답했고, 이 중 아예 반영하지 못한(전가율 0%) 기업이 32.9%(72개사)나 됐다. 인상분의 80% 이상을 가격에 반영했다는 기업은 5.5%(12개사)에 불과했으며,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큰 대기업조차 80% 이상 전가에 성공한 비율은 20%대에 머물렀다.

기업들이 가격에 손을 대지 못하는 이유로는 중국·동남아 등 경쟁국으로 바이어가 이탈할 우려(64.2%)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 경기 둔화로 소비자가 인상 여력이 없다는 응답(44.7%)과 바이어와의 가격협상 자체가 난항이라는 응답(24.7%)이 뒤를 이었다.

가격에 반영하지 못한 비용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응답 기업의 85.9%(188개사)가 올 상반기 영업이익률 하락을 경험했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39.3%(86개사)는 하락폭이 3~5%포인트(p)에 달했다. 반면 영업이익률이 오히려 개선됐다는 기업은 6개사(2.7%)에 그쳤다.

업종별 온도차도 뚜렷했다. 석유·화학(유가 영향도 66.7%)과 식품·농수산물(57.1%)은 화물 중량이 크거나 냉장·냉동 컨테이너를 써야 하는 특성상 유가에 더 취약했다. 반면 원부자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재수출하는 비중이 높은 기계·부품(환율 영향도 59.1%)·전자·전기(57.9%)와, 단가가 낮아 가격 경쟁이 치열한 소비재(63.6%)는 환율 변동에 더 크게 흔들렸다.

기업들의 환율 대응력은 취약한 수준에 머물렀다. 환율 변동에 '특별한 대응 대책이 없다'고 답한 기업이 47.9%로 가장 많았다. 그나마 대금 결제 시기를 조정한다는 응답(29.2%), 외화예금을 활용한다는 응답(21.5%)이 눈에 띄었을 뿐, 환헤지 금융상품(10.0%)이나 환변동보험(7.8%) 같은 전문 리스크 관리 수단을 쓰는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정부 지원책으로는 '물류비 직접 지원 및 수출 바우처 확대'를 꼽은 응답이 64.8%로 압도적이었다. '환변동 보험 등 금융 지원'(20.1%), '중소기업 전용선복 제공'(10.5%)이 뒤를 이었다.

당분간 물류비 부담은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전쟁 직후 급등했던 유가가 최근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상반기 유가 상승분이 3분기까지 시차를 두고 이연 청구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 7월 근해항로 유류할증료(BAF)와 저유황유할증료(LSS)가 오른 데 이어, 8월에는 화물자동차 안전운임 고시 부대조항에 따라 국내 컨테이너 내륙 운송비까지 인상될 예정이다.

한재완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최근 국제 유가는 전쟁 직후 대비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누적된 유가 부담과 운임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지 못해 수익성이 저하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특히 석유화학, 식품·농수산물 등 물류비 비중이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동 전쟁이 다시 격화하며 물류 적체 해소가 지체되고, 해운·항공·내륙 등 모든 수출 운송 부문에서 유가 인상분이 수출기업에 시간차를 두고 전가됨에 따라 물류비의 하방경직성이 우려된다"며 "무역협회는 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 협력해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비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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