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3대 메가프로젝트 성공하려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를 공식화하였다. 향후 10년간 반도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피지컬 AI 분야에 1500조원 이상을 투자해 앞으로 도래할 AI 경제에서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구상으로, 800조원대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투자의 대부분이 지방에 집행된다.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총력지원 체계도 가동된다. 청와대에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원회와 지원단이, 더불어민주당에는 지원 입법을 위한 특별위원회가 설치된다.
이 계획은 국제 정치경제 지형의 지각변동이 만들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AI 혁명과 미중 패권 경쟁은 반도체의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을 초래하였고, 그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역대 최대 이익을 실현하였다. 정부와 기업 모두 대규모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산업정책이 재부상하며 정부의 신산업 개입이 확산되는 국제적 흐름 또한 주요 배경이다. 다만 몇 가지 쟁점은 신중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첫째, 수십조원대 투자가 이사회 승인 없이 정부 발표 형식으로 공표된 점은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과 주주이익 침해 소지를 제기하며, 정부가 추진해 온 기업 지배구조 개선 및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과도 배치된다. 둘째, 기업의 대규모 지방 투자 확대는 수도권 인력의 전환배치와 근로조건 변경을 수반하며,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조합원 84%의 반대를 근거로 노사정협의체 구성을 요구하는 등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 계획이 실효를 거두려면 다음의 과제가 체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기업의 구체적 투자계획과 정부 지원책을 후속 협의로 신속히 확정하되, 기업 투자안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정부 지원은 부처의 재량적 지침이 아니라 국회 입법으로 제도화하여 정권교체 시에도 훼손되지 않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로써 기업은 주주에, 정부는 국민에 대한 설명책임을 이행할 수 있다.
둘째, 전력·용수·교통망 등 산업 기반과 종사자 정주환경에 대한 정부의 선제적 투자가 요구된다. 특히 투자 대상지역을 '메가특구'로 지정하여 투자기업에 첨단도시 개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생산시설 조성에 그치지 않고 주거·교육·의료가 통합된 도시 형성이 병행되어야 인재 유입과 정주가 실현된다.
셋째,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지역에서 양성·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 대학에 반도체·AI·로보틱스 특성화 단과대학 및 대학원을 실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아울러 AI와 팹리스 스타트업, 소부장 중소·벤처를 육성해 지역 혁신 생태계를 완성하고, 대기업·중소기업·대학을 연계하는 개방형 연구개발(R&D)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본 계획의 성패는 정부·기업·국회·지역 네 주체의 역할에 달려 있다. 정부는 실효적 지원책을, 기업은 이사회 결의에 기반한 책임 있는 투자를, 국회는 초당적 입법을, 지역은 투자 유치와 정주여건 조성을 담당해야 한다. 네 주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다음 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지역에 만들 수 있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국가 균형성장의 선도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이병헌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