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한국 반도체 위상 널리 알린 미국 AI 서밋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빅테크들과 9500억달러 협력
전력 등 국내 인프라 구축 속도 내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4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이 성황리에 열렸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4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이 성황리에 열렸다./사진=연합뉴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24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AI) 서밋'이 성황리에 열렸다. 엔비디아와 오픈AI 등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기업 수장들이 총출동했다. 이번 서밋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를 넘어 한국이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AI 산업 확대의 최대 병목인 메모리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전 세계 빅테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AI 쪽으로만 한정해도 내년 수요가 60~100% 더 늘어날 것"이라며 "아비규환이라는 이야기까지 써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로비와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메모리 산업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과거 단순 부품 공급자로 여겨졌던 메모리 반도체는 이제 AI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떠올랐다. 한국 반도체 기업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술 역량이 세계 AI 산업의 확장 속도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AI 산업을 이끄는 주요 기업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브로드컴의 혹 탄, 오픈AI의 샘 올트먼,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가 같은 무대에 섰다. 아모데이는 오픈AI를 떠나 앤스로픽을 창업한 뒤 올트먼과 AI 모델 경쟁과 안전규제를 둘러싸고 줄곧 대립해 왔다. 경쟁 관계인 글로벌 AI 기업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만으로도 이번 서밋의 위상을 보여준다.

이 대통령도 이 자리에서 AI 시대 한국의 비전을 담은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발표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대체 불가능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 도약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 선언을 뒷받침하는 협력 성과도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주요 빅테크와 대규모 AI 인프라·메모리 협력을 이끌어내며 세계 AI 생태계의 핵심 파트너임을 입증했다. 청와대는 이번에 국내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가 총 9500억달러(약 1375조원) 규모의 반도체 분야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브로드컴과 향후 5년간 첨단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 파운드리 협력을 추진하고, SK그룹은 엔비디아 등과 장기 메모리 공급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들은 이제 메모리 공급을 넘어 데이터센터와 자율주행, 로보틱스로 이어지는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해외 빅테크의 투자와 수요를 국내 메가 반도체 클러스터로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더 나아가 기술경쟁을 넘어 AI 안전과 국제규범 논의에서도 발언권을 높여 글로벌 AI질서 형성의 한 축을 맡아야 한다.

정부의 과제도 적지 않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이 확대될수록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반도체를 둘러싼 압박도 커질 수밖에 없다. 치밀한 통상외교가 필요한 이유다. 글로벌 AI 생산기지로 도약하려면 안정적인 전력과 용수 공급도 필수적이다. 국가 첨단산업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확충의 걸림돌을 과감히 해소해야 한다. 샌프란시스코 선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한국 반도체 공장 없이는 세계 AI 산업도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 대통령의 말이 통하려면 냉정한 현실 인식과 치밀한 실행력이 뒤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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