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베트남 원전수출의 성공 조건
베트남 원전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은 2035년까지 4기의 원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미 러시아로부터 원전 2기는 도입하기로 했고, 다른 2기를 맡기로 했던 일본은 촉박한 사업일정을 이유로 포기했다. 일본의 포기로 베트남은 새로운 해외 사업자 선정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의 2024년 전력 소비량은 약 309TWh로 우리나라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글로벌 제조기업의 생산기지로 성장하고 있어 연평균 10% 안팎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 2016년 중단했던 원전 사업을 복원한 배경이다.
베트남은 한국 원전 산업에 중요한 기회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는 중국과 프랑스도 저울질하고 있다. 중국과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지정학적 갈등이 있어 국가 핵심 기반시설을 중국에 의존하는 것은 베트남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프랑스는 이미 체코 원전 수주 경쟁에서 봤듯이 가격과 납기에서 우리의 상대가 못 된다.
베트남은 원전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자체적으로 모두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 저리 금융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이 수주 경쟁에 밀려 지나치게 낮은 금리와 장기 상환을 받아들인다면, 금리·환율·국가신용 리스크를 떠안게 된다. 따라서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국제금융기관 등이 함께 참여하는 다층적 금융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베트남 정부의 지급보증과 일정 수준의 선수금, 전기판매 수익의 차입금 우선상환 원칙도 필요하다.
베트남은 2016년 재정 부담과 안전성 등을 이유로 원전 사업을 중단한 전력이 있다. 원전은 대표적인 장기 사업이다. 정권과 정책 기조가 바뀌더라도 사업의 연속성이 유지되도록 한·베트남 정부 간 협정에 사업 지속 의무와 정부 지원 범위, 정책 변경이나 사업 중단 시 보상원칙을 명확히 담아야 한다.
또한 베트남은 상업원전을 처음 도입하는 국가다. 전문적인 규제기관과 인허가 기준, 심사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규제요건이 사업 도중 변경되거나 승인이 지연되면 설계 변경과 공기 지연, 사업비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양국 규제기관이 참여하는 인허가 협의체를 구성하고 인허가 제출 문서와 승인 기한을 명시한 규제 절차를 확립하여 베트남 측의 승인 지연이나 법령 변경의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
전문인력 양성 역시 사업 성공을 위한 핵심 조건이다. 베트남은 원전 사업에 약 4000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11개 기관을 인력양성 기관으로 지정하고 러시아는 이미 연간 50여명 규모의 베트남 인력을 러시아 대학에서 교육하고 있다. 베트남에 우리 기술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우리 기술에 친숙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인력양성이 중요한 이유다.
베트남 원전 수주는 한국이 동남아 원전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할 중요한 기회다. 그러나 수주 실적만을 위해 발주자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해서는 안 된다. 성공적인 원전 수출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이 아니라 정해진 품질, 합리적인 비용과 공기, 수용할 수 있는 부대조건으로 발전소를 준공하고 대금을 모두 회수했을 때 완성된다. 베트남에는 안정적인 전력과 산업 발전의 기반을 제공하고, 한국에는 적정한 수익과 장기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는 거래여야 한다.
정동욱 한전국제원자력 대학원대학교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