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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바다, 공항 없이 사관학교 합치자는데

파이낸셜뉴스

합동성 키우려 육·해·공사 통합
군사 전문가들, 실효성에 의문
‘규모의 경제’론에 여론도 갸웃
‘답정너’ 사관학교 통합은 곤란
안보상 득실을 꼼꼼히 따지는
공청회와 정부 내 토론 거치길

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논설고문

정부가 육해공군 3군 사관학교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군 안팎에서 반기기는커녕 우려와 불만이 여전한 현실이다. 야권의 비판은 제쳐두더라도 이해 당사자인 육·해·공사 총동창회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다. 공동 입장문으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국민과 함께 총궐기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통합 사관학교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총대를 메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군 고위층 중 실명으로 찬성 입장을 밝힌 인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속으로 반대하는 기류가 적잖다는 방증이다. 상명하복에 충실한 군조직의 특성을 감안할 때 가능한 추론이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육군 힘 빼기'라는 의구심을 자아내면서까지 이를 강행하는 동인이 뭘까. 주된 명분은 '합동성' 강화다. 육해공군 간 경계가 사라지는 미래전 양상에 대응해 합동 교육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비병이 6만~7만명 수준인 호주와 캐나다는 그런 취지로 사관학교를 통합 운영 중이다.

다만 엄밀히 팩트체크를 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미국·중국 등 병력 수가 많은 국가들 대부분 사관학교가 군종별로 별도다. 북한조차 강건군관학교, 김정숙해군대학, 김책공군대학에서 생도를 따로 교육하고, 그 위에 간부 재교육용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두고 있다. 군사 대국들이 왜 생도들을 한데 모아서 가르치지 않을까. 그런다고 합동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부작용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인 미군은 임관 후 고위급 장교 교육과 훈련을 통해 합동성을 키우고 있다.

만일 서울 태릉의 육사와 진해의 해사, 그리고 청주의 공사가 자운대 국군사관학교로 통합된다면? '바다 없는 해사'와 '활주로 없는 공사'가 돼 교육 훈련의 전문성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바이올린, 플루트, 트럼펫 등 각기 전문 연주법을 익히지 못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하모니(합동성)를 잘 내도록 지휘하는 꼴일 듯싶다.

'인구 감소 시대에 대응'도 통합 사관학교 설립 명분이다. 안 장관은 "사관학교 입학 성적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인재 확보를 통합의 근거로 꼽았다. 애초 번지수가 틀린 처방이다. 임관 후 열악한 처우가 사관학교 인기 하락의 근본 요인이어서다. 안 장관 말이 그나마 정합성을 가지려면 국방부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 산하 사관학교 개혁위의 '2+2 네트워크 통합안'을 수용했어야 했다. 1·2학년 통합 교육을 서울 육사에서 하는 게 수험생들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추세에 부합하는 까닭이다.

그러자 국방부는 다시 '규모의 경제'라는 신박한 논리를 동원했다. 통합 사관학교가 중복·분산 투자를 막고 우수한 교수진 유치 등으로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각 군 사관학교가 매년 배출하는 장교는 전체의 10% 수준에 그치고 90%가 학군(ROTC)과 학사장교, 3사관학교(육군) 출신이니 그렇다. 더욱이 청주·진해 지역사회의 반발에서 보듯 지역균형 발전과도 배치된다.

그러니 국민 여론도 사관학교 통합에 부정적이다. 일례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6일 공개한 전국지표조사 결과를 보자. 국군사관학교 창설 방안에 대해 '각 군의 전문성과 특수성이 약화되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은 55%로 집계됐다. 반면 정부가 명분으로 내세운 '육해공군 합동작전 역량이 강화되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은 34%에 그쳤다. 심지어 개혁신당은 반대 의견이 무려 75.4%에 달한다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었다

그렇다면 군도, 국민도 확실히 설복할 논리를 찾기 못한 채 5년 정권이 임기 내 사관학교 통합을 강행할 일은 아니다. 윤석열 정권의 의대 정원 증원정책의 좌초는 반면교사다. 충분한 숙의 없이 2000명 증원을 밀어붙이다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여당의 총선 대패에 일조했을 뿐이었으니…. 그래도 당시 여론은 처음엔 의대 증원에 큰 틀에선 공감했었다. 그렇기에 작금의 사관학교 통합은 어찌 보면 더 위험한 실험이다.

미래 지휘관을 키우는 사관생도 교육은 국가의 안보 백년대계다. 자칫 '군알못' 정부가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따라만 해)식으로 통합 사관학교를 고집하는 인상을 줘선 곤란하다. 추진 여부와 방식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한 공청회는 물론 3군 고위층을 포함한 정부 내 비공개 토론 등을 거치는 게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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