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항암치료도 '피하주사 시대'...치료 시간 줄이고 환자 일상 되찾는다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유방암 이어 폐암·위암까지 적용 확대
병원 체류시간·의료자원 부담 감소
전문가 "환자 상태 고려한 치료 선택 필요"

연구원이 바이오의약품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로슈 제공
연구원이 바이오의약품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로슈 제공

[파이낸셜뉴스] 항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유방암을 시작으로 폐암과 위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피하주사 제형이 도입되면서 치료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투약 시간과 병원 체류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어 환자 삶의 질과 의료 시스템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과거 항암 치료가 생존기간 연장과 치료 효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최근에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겪는 시간적·신체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암 생존율이 높아지면서 치료 이후 일상과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환자는 병원 이동과 대기, 투약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보호자의 돌봄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의료기관 역시 제한된 병상과 주사실, 의료진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에 사용되는 피하주사 제형 '페스코'다. 이 치료법은 약물 투여 5분과 관찰 시간 15분을 포함해 약 20분이면 치료를 마칠 수 있다. 기존 정맥주사 치료가 투약과 모니터링까지 약 270분이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치료 시간이 최대 90% 단축되는 셈이다.

임상 3상 연구에서는 기존 정맥주사 병용요법과 비교해 치료 효과는 비열등했고 안전성도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가 유방암 환자 19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동일한 성분과 효과라면 피하주사를 추천하겠다는 응답이 76.4%로 가장 많았다. 조사 후반에는 피하주사 선호도가 89.3%까지 높아졌으며, 치료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선호도는 95% 이상으로 나타났다.

치료 시간 단축은 환자의 일상 회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조기 유방암 환자가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로 전환할 경우 약 80시간,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약 113시간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제활동이 활발한 30~50대 환자가 많은 유방암 특성을 고려하면 치료 부담을 줄여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을 이어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병원 입장에서도 피하주사는 의료자원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병원 체류시간과 환자 밀집도를 줄여 추가 감염 위험을 낮출 수 있고, 확보된 의료자원을 다른 환자 진료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연구에서는 유방암 치료를 정맥주사에서 피하주사로 전환할 경우 의료기관은 연간 약 9만3000유로의 비용과 1100시간의 의료자원을 절감하고, 이를 통해 500건 이상의 추가 항암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동아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이수이 교수는 "피하주사 제형은 병원 체류 시간을 줄여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의료기관 운영 효율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만 환자의 상태와 치료 목적에 따라 적합한 제형을 선택해야 하며, 특히 정맥 확보가 어렵거나 과민반응이 우려되는 환자에서는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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