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왕' 장보고 부활…남북 핵잠수함 경쟁, 동북아 새 변수
北은 '선공격 후 보복'
南은 '추적·억제'
핵잠수함 경쟁 본격화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승인 아래 한국이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착수하면서 한반도 수중 군비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북한이 핵잠수함을 앞세워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제2격(second strike)' 능력 확보를 노리는 가운데 한국은 핵추진잠수함으로 북한과 중국 잠수함을 장기간 추적·감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의 핵잠수함 경쟁이 미중 해양 패권 경쟁과 맞물리면서 동북아 안보 지형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이 지난 5월 공개한 핵추진잠수함 사업 '장보고-N'은 9세기 해상무역을 장악했던 장보고의 이름을 계승했다. 1990년대 실전 배치된 장보고급 디젤잠수함에 이어 두 번째 '장보고' 프로젝트다.
핵추진잠수함은 기존 디젤잠수함보다 훨씬 빠르고 조용하며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하다. 서울 세종연구소의 피터 워드는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국의 핵잠수함 전력은 북한과 다른 미국의 잠재적 적국들의 군사적 의사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며 "한국 해군 전력의 중대한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형식적으로는 북한이 앞서 있다. 북한은 2021년 핵추진잠수함 개발 계획을 발표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첫 핵추진잠수함 선체를 공개했다. 실제 배치될 경우 현재의 디젤잠수함보다 훨씬 먼 태평양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 괌과 하와이, 나아가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제 전력화 여부는 미지수다. 문근식 한양대 교수(전 잠수함 함장)는 "북한은 잠수함 외형은 보여줬지만 원자로와 이를 연결하는 핵심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은 2023년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플랫폼으로 개조한 디젤잠수함 '김군옥 영웅함'도 공개했지만, 아직 실전 배치됐다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그럼에도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핵추진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이 러시아를 적극 지원하는 만큼 핵추진체계 전체를 대가로 요구할 수도 있다"면서 "잠수함 관련 기술을 해킹 등을 통해 확보하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의 기술력에는 큰 의문이 없다는 평가다. 한국은 세계적인 원전 수출국이며 디젤잠수함 건조 경험도 풍부하다. 다만 그동안 핵연료 농축·재처리에 미국 승인이 필요해 핵추진잠수함 개발이 번번이 무산됐다.
분위기는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이 기존 디젤잠수함 대신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안킷 판다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 정부 사이에는 기대치 차이라는 시한폭탄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수함이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화가 2024년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잠수함 건조 경험이 전무하다고 FT는 전했다. 판다는 "실질적으로 잠수함 건조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트럼프가 나중에 이 사업이 자신의 성과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 정부는 핵추진잠수함이 북한뿐 아니라 중국 잠수함 감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 핵추진잠수함이 북한과 중국 잠수함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적해 미군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열수 실장은 한국이 미국에 "중국 견제 역할을 적극 수행하겠다"는 점을 비공개로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의 핵잠수함 협력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핵잠수함 전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초 기준 핵추진잠수함 12척을 실전 배치했으며 2021~2025년 5년 동안 모두 10척을 추가 진수했다. 같은 기간 미국보다 더 많은 핵잠수함을 건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화여대 라이프-에릭 이즐리 교수는 "남북 어느 쪽이든 핵추진잠수함을 성공적으로 실전 배치하면 역내 전략 해역에서 미중 세력균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아시아의 해상 '고양이와 쥐' 추격전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김경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