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간염, 퇴치 넘어 암 예방으로" 2030년 간염 퇴치 목표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C형 국가검진 첫해 숨은 환자 발굴 성과
B형간염 치료기준 확대하는 개편도 추진
"간암 75%는 바이러스 간염이 원인"
간수치 매몰되지 않고 바이러스 중심 관리

김기남 질병관리청 차장이 28일 '세계 간염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간염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김기남 질병관리청 차장이 28일 '세계 간염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해 간염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와 의료계가 바이러스 간염 퇴치를 넘어 간암 예방 중심으로 국가 관리체계를 전환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C형간염 국가검진으로 무증상 환자를 조기에 발굴하는 성과가 확인된 가운데 B형간염 치료 대상을 확대하고 지역사회 중심 관리체계를 구축해 2030년 바이러스 간염 퇴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다.

대한간학회와 질병관리청은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2026 세계 간염의 날' 기념행사를 열고 '오늘의 간염, 내일의 간암'을 주제로 국내 바이러스 간염 관리 성과와 향후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이형민 질병관리청 과장은 C형간염 국가검진의 첫 성과를 소개하며 "C형간염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만 복용하면 98~99% 완치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무증상으로 진행돼 환자가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난해 국가건강검진에 C형간염 항체검사를 도입한 결과 53만7726명이 검진을 받았고, 만 56세 연령층의 신고 건수가 인접 연령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며 "국가검진이 숨어 있던 환자를 찾아내는 데 효과적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항체 양성자의 확진검사 시행률은 44.9%, 확진자의 치료 시작률은 18.0%에 머물고 있다"며 "검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확진과 치료까지 이어지는 '링키지 투 케어(Linkage to Care)' 체계 구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질병관리청은 전문가 찾기 시스템과 연계한 원스톱 진료체계를 마련하고, 2026년부터는 신고 환자를 대상으로 완치 여부까지 보건소가 추적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어 발표한 이혜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B형간염 진료지침 개정 방향을 설명하며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 교수는 "국내 B형간염 감염자는 약 120만명으로 여전히 간암 사망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기존에는 간수치(ALT)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치료하는 구조여서 약 30% 환자가 치료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에서 간암 발생 위험이 정상인보다 6.1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확인됐다"며 "이제는 간수치보다 바이러스 수치(HBV DNA)를 중심으로 치료 대상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 진료지침은 중등도 바이러스혈증 환자에게 ALT와 관계없이 항바이러스 치료를 권고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예정"이라며 "학회 권고와 건강보험 급여기준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윤아 호남권질병대응센터 과장은 지역사회 중심 간염 퇴치사업의 성과를 소개했다. 김 과장은 "기존에는 전문병원을 여러 차례 방문해야 하는 복잡한 구조였다면 앞으로는 지역사회에서 검사와 확진, 치료를 한 번에 연결하는 원스톱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북은 확진자 1대1 추적관리를 통해 치료율을 55.8%에서 73.6%까지 끌어올려 WHO 목표를 달성했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교육부터 사후관리까지 연결하는 '마이크로 퇴치' 모델을 구축했다"며 "지역 기반 관리체계가 간염 퇴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표를 맡은 장은선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간암 예방을 위해서는 바이러스 간염의 전주기 관리가 필수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 간암 사망률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며, 국내 간암의 약 75%는 B형과 C형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며 "간암을 줄이려면 간염을 먼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대만, 중국의 사례를 소개하며 "국가 차원의 법과 예산을 기반으로 검진부터 치료까지 이어지는 통합 관리체계를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C형간염 국가검진 대상 확대, B형간염 치료제 건강보험 급여 확대, 간염 퇴치를 위한 법적 기반과 정부·의료계 협의체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행사 참석자들은 간염 관리 정책의 목표가 단순한 감염 관리에서 벗어나 간암 예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데 공감했다.

질병청과 대한간학회는 향후 국가검진 확대와 치료 접근성 개선, 지역사회 기반 관리체계 구축 등을 통해 오는 '2030년 바이러스 간염 퇴치' 목표 달성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바이러스 간염 #간암 #퇴치 목표 #C형간염 #B형간염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