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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베트남 인구구조 분석 및 시사점

파이낸셜뉴스

이승배 농협중앙회 베트남사무소 부소장

[기고] 베트남 인구구조 분석 및 시사점

베트남은 2025년 기준 인구가 약 1억230만명으로, 세계 인구 대국으로 꼽히고 있다. 인구는 여전히 늘고 있으며, 생산가능인구(15~59세) 비중이 62.7%에 달하는 '인구보너스(Demographic Dividend)'기에 있다는 점에서 베트남은 지금도 젊고 역동적인 나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인구통계를 들여다보면, 베트남이 인구황금기의 정점을 지나 빠른 고령화로 향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는 사실이 함께 드러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출산율 하락 속도다. 베트남의 합계출산율(TFR)은 2021년 2.11명에서 2023년 1.96명, 2025년에는 1.93명으로 떨어지며 인구대체수준(2.1명)을 밑도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물론 아직 한국(2025년 기준 0.80명)에 비하면 훨씬 여유가 있지만 향후 베트남 인구의 증가 속도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최근 5년(2020~2025년) 연평균 인구증가율은 0.99%로 직전 5년(1.22%)보다 낮아져 과거와 같은 폭발적 인구 성장이 계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변화는 연령구조의 이동이다. 베트남 중위연령은 현재 33~34세로 한국(2025년 기준 46.7세)보다 훨씬 젊지만, 이 격차는 향후 수십 년에 걸쳐 빠르게 좁혀질 전망이다. 베트남 통계총국에 따르면 0~14세 아동 인구 비중은 2024년 23.5%에서 2025년 22.8%로 낮아진 반면, 60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같은 기간 14%에서 14.5%로 늘었다. 아직은 완만한 변화지만, 203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고령인구 비중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해 2050년대에는 전형적인 고령화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도시와 농촌간 인구 양극화다. 베트남의 도시화율은 2025년 기준 38.6%(도시 인구 3,940만 명)로 아직 40%에도 못 미쳐, 인구의 61%가 넘는 6,290만 명이 여전히 농촌에 거주한다. 그러나 이 평균적인 수치 이면에 뚜렷한 세대 간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학업과 취업을 위해 20대 청년층이 하노이, 호찌민 등 대도시로 유입되는 반면, 어린 자녀와 고령층은 농촌에 남는 '역U자형' 이동 패턴이 관찰된다. 그 결과 경제 중심지는 젊은 인구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농업지역은 이미 고령화와 인구 유출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가 가장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곳은 베트남 쌀 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메콩델타 지역이다. 이 지역은 청년층의 순유출이 두드러지면서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과 가장 빠른 고령화를 동시에 겪고 있다. 젊은 노동력의 이탈은 '스마트팜'이나 '드론 농업' 같은 신기술 도입을 더디게 하고, 경작을 포기하는 농가를 늘려 휴경지 확대와 식량 공급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결국 전통적인 소규모 영세농 중심의 생산방식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조직화 된 농업법인이나 협동조합형 영농모델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러한 베트남의 인구구조 변화는 한국 기업과 농업 부문에도 여러 시사점을 제시한다. 우선 1억 명이 넘는 거대한 소비 시장은 당분간 유효한 만큼, 안전성과 품질을 앞세운 한국산 신선 농산물과 프리미엄 가공식품이 도시 소비층을 공략할 여지가 충분하다. 동시에 농촌의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은 시설·기술·종자를 결합한 한국식 스마트팜 패키지의 수출 기회로 연결될 수 있다. 나아가 베트남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 하면, 지금부터 실버푸드나 인삼·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겨냥한 중장기 브랜드전략을 준비하는 것도 유효한 접근이 될 수 있다.

베트남은 여전히 '젊은나라'의 대명사이지만, 그 이면에는 저출산·고령화·농촌공동화 라는 익숙한 한국형 인구 문제의 초기 신호가 이미 감지되고 있다. 인구보너스가 남아있는 지금이야말로, 베트남 시장의 성장성과 구조적 변화를 함께 읽어내는 전략적 시각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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