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하나의 과녁 맞히기
스타트업을 평가하다 보면 의외로 자주 발견하는 공통점이 있다. 제품은 훌륭한데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들이다. 기술도 좋고, 고객 반응도 나쁘지 않고, 초기 매출도 나온다. 그런데 어느 순간 성장곡선이 꺾인다. 이유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비슷하다. 과녁이 계속 바뀌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사격을 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움직이지 않는 표적도 맞히기 쉽지 않다. 그런데 자세와 거리, 표적 위치를 계속 바꾸면 명중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쟁력은 하나의 과녁을 반복적으로 맞히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많은 창업자들은 첫 성공을 경험하면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고 싶어 한다. 남성 고객에서 성공하면 여성으로, 20대에서 성공하면 40대로, 운동 제품이 성공하면 라이프스타일 제품으로 확장하려 한다. 시장을 넓히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가장 중요한 자산인 고객 이해를 잃기 쉽다.
사업의 본질은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첫 제품의 성공은 특정 고객의 특정 문제를 정확히 해결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다음 제품은 같은 고객의 다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애플은 아이팟 사용자를 아이폰 고객으로, 다시 에어팟 고객으로 만들었다. 나이키는 러닝화 고객에게 러닝 의류를 팔았고, 룰루레몬은 요가복 고객에게 운동복을 팔았다. 고객은 바뀌지 않았고 해결 범위만 넓어졌다. 확장은 고객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관계를 깊게 하는 일이다. 반면 실패하는 기업은 고객보다 제품에 집중한다. 새 제품과 카테고리, 시장을 만들지만 기존 고객은 놓친다. 고객이 왜 구매했고, 무엇이 불편하며, 다음에는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쌓이지 않는다. 신제품은 늘어나지만 브랜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투자 현장에서 자주 묻는다. "현재 고객이 다음 제품도 살 것인가?"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위험신호다. 제품은 성공했지만 브랜드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강한 브랜드는 이미 고객 신뢰가 형성돼 신제품 출시가 쉽다. 반대로 브랜드가 약하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처음부터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 광고비는 늘고 마케팅 효율은 떨어진다.
최근 많은 스타트업이 인공지능(AI)으로 데이터와 고객의견(VOC)을 분석하고 광고를 최적화한다. 중요하지만 AI가 대신할 수 없는 것이 있다. 고객에 대한 집요한 집중이다. 고객이 누구인지, 왜 우리 제품을 선택했고, 다음에는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 과정이 반복되며 제품군과 브랜드가 만들어진다. 스타트업은 대기업보다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시장과 고객, 제품을 더 좁혀야 한다. 역설적으로 그 집중이 경쟁력이 된다.
성공한 기업은 처음에 하나의 고객을 잡고 누구보다 깊이 이해한다. 이후 같은 고객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며 제품과 브랜드, 시장을 확장한다.
사업이 어려운 이유는 과녁이 너무 많아서가 아니다. 너무 쉽게 새로운 과녁을 찾기 때문이다. 초기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총알이나 더 넓은 시장이 아니다. 하나의 과녁을 끝까지 맞히겠다는 집요함이다. 결국 시장은 가장 많은 과녁을 향해 쏜 기업이 아니라, 하나의 과녁을 가장 정확하게 맞힌 기업에 보상을 준다.
전화성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 협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