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없는 제주공항 계류장… 폭염 속 노동자들이 요구한 건 '쉴 공간'
체감온도 33도 이상땐 2시간마다 20분 휴식
지상조업 노동자 1100여명 '돌코롬다방' 운영
현장서 "가림막·그늘 공간 필요" 개선 요구
조업장비 전동화·청년 정착 지원도 건의
제주도, 9월까지 온열질환 예방 특별관리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한여름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은 햇빛을 피하기 어려운 거대한 야외 작업장이다. 항공기를 유도하고 수하물을 옮기는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직사광선과 달궈진 지면의 복사열을 견뎌야 한다. 폭염 때 법정 휴식 기준까지 마련됐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햇빛을 피할 공간이 필요하다"며 보다 근본적인 작업환경 개선을 요구했다.
8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전날 제주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지상조업 노동자 등 1100여명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예방 안전 캠페인 '돌코롬다방'을 운영했다. 지난 7월28일 신제주로터리에서 배달 라이더 등 이동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데 이은 두 번째 현장 캠페인이다.
'돌코롬'은 '달콤하다'는 뜻의 제주어다. 제주도는 계류장에 이동형 커피차를 배치해 냉커피와 이온음료, 폭염 안전용품을 제공했다. 이날 준비한 음료 1100잔은 모두 소진됐다.
이번 행사의 무게는 커피차보다 지상조업 노동자의 작업환경에 있다. 제주공항 지상조업 노동자들은 항공기 운항 일정에 맞춰 그늘이 없는 계류장에서 일한다. 보호장비를 착용한 채 직사광선과 지면 복사열에 노출되고 작업 흐름상 충분한 휴식시간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폭염 때 휴식은 선택사항이 아니다. 지난해 7월17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 개정되면서 체감온도 33도 이상 폭염 작업에서는 2시간마다 20분 이상 휴식을 취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도 시원한 물, 냉방장치, 휴식, 보냉장구, 119 신고를 '폭염안전 5대 기본수칙'으로 정해 현장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8월 들어 관리 기준은 더 강화됐다. 고용노동부는 체감온도 35도 이상에서는 옥외작업 중단이나 작업시간 조정을 적극 시행하고, 38도 이상에서는 긴급조치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 옥외작업 중단 여부를 중점 확인하도록 전국 지방관서에 지시했다.
실제 온열질환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6일 기준 전국 온열질환자는 2872명, 추정 사망자는 23명이었다. 질병관리청은 전국 516개 응급의료기관을 통해 5월15일부터 9월30일까지 온열질환 발생을 매일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4460명과 추정 사망자 29명이 발생했다. 특히 발생 장소의 79.2%가 실외였고, 실외 작업장에서만 1431명으로 전체의 32.1%를 차지했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가 1160명으로 가장 많았다. 폭염이 야외 노동자의 산업안전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다.
제주공항에서도 법정 휴식시간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시설 문제가 제기됐다. 한국공항 송승현 사원은 "회사에서 음료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햇빛이 뜨거워 이를 가릴 수 있는 가림막이나 그늘막이 필요하다"며 "공항 계류장 안에 직원들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시아나에어포트 강성호 파트장은 "무더운 여름날 야외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돌코롬다방은 가뭄에 단비 같다"며 현장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했다.
행사에 앞서 열린 현장 간담회에서는 폭염 때 작업·휴식시간 기준 준수뿐 아니라 공항 조업장비 전동화와 청년 채용·정착 지원 문제도 제기됐다. 위성곤 제주도지사를 비롯해 조순호 한국노총제주도지역본부 의장, 장세환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장, 김덕근 제주국제공항 지상조업사 운영협의회장 등이 참석했다.
위성곤 지사는 "작업·휴식 기준이 현장에서 지켜지도록 관계기관과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업장비 전동화는 관련 계획을 마련해 국토교통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중앙부처와 협의하고, 청년 채용과 정착 지원은 제주도의 '일하는 청년 보금자리 지원제도'와 '청년 정착지원금' 확대를 관계기관과 논의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오는 9월까지 '근로자 온열질환 예방 특별관리기간'을 운영한다. 이동노동자와 공항 지상조업 노동자 등 폭염에 취약한 현장을 찾아 안전수칙을 알리고 현장에서 나온 개선 요구를 노동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폭염 속 공항 안전은 항공기 운항만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활주로와 계류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물을 마시고, 햇빛을 피해 쉬며, 정해진 휴식시간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날 냉음료 1100잔보다 더 무겁게 남은 현장의 요구는 "그늘에서 쉴 곳이 필요하다"는 한마디였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