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으면 대출 못 받을라"...잔금대출 선착순 경쟁에 내몰린 입주자들
[파이낸셜뉴스]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강화로 '잔금대출 대란'이 벌어지며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연일 커지고 있다. 선착순 경쟁으로 입주자들이 금리 및 한도 등 대출 조건을 제대로 비교하지 못 한채 신청하게 되는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책 공백이 길어질 수록 시장의 혼란만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올해 입주를 앞둔 약 7만가구의 잔금대출을 연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대책이 확정되지 않고 발표가 늦어지면서 잔금대출을 둘러싼 현장의 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음달 7일부터 입주가 시작되는 부천 송내역 푸르지오 센트비엔의 입주 예정자들은 잔금대출을 받기 위해 선착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출 한도가 충분하지 않아 신청은커녕 대출 상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대출 예약이 마감됐다는 문자를 연달아 받으며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제2의 매교역 펠루시드가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수원 매교역 팰루시드는 대출총량규제 탓에 잔금대출이 막히며 수분양자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더 큰 문제는 대출이 선착순으로 진행되다 보니 금리와 한도 등을 충분하게 비교하고 검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출 상담사들이 '한도가 금방 찰 수 있으니 우선 신청하라'고 권유하면서 여러 은행의 금리를 살펴보기도 전에 불안감에 일단 신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A은행의 한 상담사는 금리 승인장이 나오기 전에 대출 신청을 받으며 예비 입주자가 구체적인 조건을 모른 채 신청을 하게 된 사례도 있었다.
이 아파트 입주를 앞둔 김모 씨는 "집단대출이 선착순 경쟁이 돼버렸다"며 "여러 금융기관과 비교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가계대출 한도가 대부분 소진된 상황이라 '감정가'와 '분양가'를 두고도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잔금대출 대책이 늦어지다보니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지켜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가구당 대출 한도를 어떻게 둘지도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간 은행들은 관행적으로 시세를 반영한 감정가를 잔금대출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대단지 강남 아파트의 경우 감정가에 담보인정비율(LTV)를 적용하면 대출 금액이 커져 은행별 총량관리에 부담이 가 분양가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서울 방배동 디에이치방배에 '분양가의 60%'와 '감정가의 50%' 가운데 낮은 금액을 대출 한도로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낮은 금액을 한도로 적용하는 만큼 대출 가능 금액이 예상보다 줄어들 전망이다.
연일 은행권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이려면 금융당국이 후속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집단대출 잔액은 지난 7월 말 기준 148조2426억원으로 전달보다 6531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부터 넉 달 연속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비 입주자들은 언제 대출이 막힐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라며 "당국이 구체적이고 뚜렷한 방침을 어서 제시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이주미 박소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