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문자원 변호사 "학교폭력은 가해자 찾는 일 아닌, 아이들 보내는 신호" [인터뷰]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문자원 변호사
문자원 변호사
문자원 변호사
문자원 변호사

[파이낸셜뉴스] "학교폭력을 가해자를 찾아 벌주는 사건이 아니라, 아이들의 관계가 어른에게 보내는 신호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사는 이제 법정과 상담실에서 학교폭력 사건을 마주한다. 같은 아이들을 바라보지만 자리는 달라졌다. 교실에서는 지도와 성장의 대상이었던 아이가 법적 절차 안에서는 사건의 당사자가 된다. 문자원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두 세계를 모두 경험한 뒤 오히려 한 가지를 더 분명하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에서 중요한 것은 사건이 벌어진 뒤의 처벌만이 아니라, 그 순간 어른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다.

문 변호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다. 교사 시절 아이들과 토론 동아리를 운영하며 사회 문제와 법·제도를 공부한 것이 법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법과 제도가 실제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때 처음 실감했다"며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일을 하면서 정작 제 자신을 성장시키는 공부를 미뤄두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돌아봤다.

교단을 떠나는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교사의 시선과 법률가의 시선을 함께 갖게 됐다. 현재 학교폭력·가사·형사 사건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자문변호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신간 '이것도 학교폭력인가요?'는 그가 상담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들었던 질문에서 출발했다. 피해 학생의 부모도, 행위 학생의 부모도, 교사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상담실에서 가장 많이 듣는 첫마디가 바로 '이것도 학교폭력인가요?'입니다. 법이 정의하는 학교폭력의 범위는 굉장히 넓은데, 그 정의와 실제 현장의 감각 사이에는 간극이 있습니다. 그 간극에서 반복되는 질문을 제목으로 삼는 것이 가장 정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은 현직 교사와 교육심리학 교수, 교사 출신 변호사가 함께 썼다. 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도 서로 달랐다. 변호사는 법적 요건을 보고, 교사는 교실 안에서 지도 가능한지를 살피며, 교육심리학자는 아이의 발달 과정에서 그 행동이 어떤 신호인지를 읽는다.

문 변호사는 "법률가의 시선만으로 썼다면 절차 안내서가 됐을 것이고, 교사의 시선만으로는 법적 권리를 놓쳤을 것"이라며 "세 시선이 부딪히고 보완되는 지점이 이 책의 실질"이라고 설명했다.

책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맥락'이다. 같은 행동이라도 두 아이가 어떤 관계였는지, 행동이 얼마나 반복됐는지, 피해 학생이 거부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문 변호사는 "행위의 명칭만으로는 장난과 폭력이 구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현장에서는 한 학생만 제외하고 단체 대화방을 새로 만들거나, 별명을 반복해서 부르거나, 놀이처럼 소지품을 숨기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하나씩 떼어 놓으면 사소해 보이지만, 한 학생에게 여러 명이 한 학기 내내 반복한다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사소한 장난과 심각한 괴롭힘을 가르는 것은 행위의 크기만이 아닙니다. 지속성과 집단성, 그리고 당하는 아이가 그것을 멈출 수 있었는지가 중요합니다."

문자원 변호사 "학교폭력은 가해자 찾는 일 아닌, 아이들 보내는 신호" [인터뷰]

책에서 제시하는 주요 판단 기준은 의도성, 반복성, 힘의 불균형이다. 문 변호사는 이 가운데 어른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요소로 '힘의 불균형'을 꼽았다.

"어른들은 힘을 체격이나 완력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에서 힘은 관계에서 나옵니다. 친구가 몇 명인지, 또래 집단에서 어떤 위치인지, 단체 대화방이나 SNS에서 얼마나 영향력이 있는지가 실제 힘이 됩니다."

그는 학교폭력 사건에서 초기 대응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법정까지 온 사건들을 보면 처음 발생한 행동 자체보다 그 직후 어른들의 대응이 갈등을 키운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성급하게 화해를 강요하거나, 반대로 사소한 사안을 처음부터 전면전으로 몰고 가는 것 모두 문제라는 것이다.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진술이 엇갈릴 때도 마찬가지다. 문 변호사는 "감정을 받아들이는 일과 사실을 확정하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 감정은 충분히 받아들이되, 실제 사실관계는 메시지 기록과 시간·장소,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어른의 역할은 심문이 아니라 기록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줄래'라고 열어 놓고 묻고, 아이가 쓴 표현 그대로 적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책이 피해 학생뿐 아니라 가해 학생의 심리까지 들여다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 변호사는 "이해와 면책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행동의 원인을 이해하는 것은 책임을 줄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같은 행동이 반복되지 않게 하기 위한 전제라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책이 향하는 곳은 처벌 이후다. 그는 "조치 결정은 절차의 종결이지 관계의 회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저학년이나 발달 특성이 개입된 사건, 양측의 행동이 복잡하게 얽힌 경우에는 법적 조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남는다.

그가 말하는 관계 회복 역시 무조건적인 화해가 아니다. 먼저 사실이 인정돼야 하고 피해 학생에게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

"안전이 확보되고, 사실이 인정되고, 진정한 사과가 있은 다음 피해 학생이 준비됐을 때 비로소 관계 회복을 말할 수 있습니다. 이 순서를 건너뛴 화해는 어른들의 숙제를 끝내는 일일 뿐입니다."

문 변호사는 앞으로도 교단과 법정 사이에 다리를 놓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했다. 사건을 맡아 다투는 일만큼 사건이 되기 전에 부모와 교사가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시 어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아이들의 갈등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그 갈등이 한 아이의 삶을 무너뜨리는 사건이 될지, 아이들이 관계를 배우는 계기가 될지는 곁에 있는 어른이 무엇을 알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책이 그 어른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email protected] 유선준 기자


#학교폭력 #가해자 #아이들 #신호 #법적 요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