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누르기 방지 기준 새로 짠다 '얼마나 싼가'에서 '왜 싸졌나'로
정부안 논란에 전면 재검토
PBR 0.8배 단순 기준 벗어나
업종·기업행위 등 복합 평가할듯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주가 누르기 방지책'이 단순 주가순자산비율(PBR) 규제에서 벗어나 '저평가 수준+기업 행위'를 함께 따지는 방식으로 재설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업종별 PBR로 저평가 기업을 추린 뒤 상속·증여 전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변화와 중복상장·교환사채(EB) 발행 등 기업가치 훼손행위를 함께 평가하는 방식이다.
■1300곳은 많고 130곳은 적고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가 누르기는 최대주주가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낮은 주가를 방치하거나 기업가치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현행법상 상장주식은 상속·증여 시점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 평균주가로 평가돼 주가가 낮을수록 세 부담도 낮아질 수 있다.
당초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PBR 0.8배 미만 상장사의 상속·증여가액을 평가할 때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두는 방식으로 대상은 약 1300개사로 예상됐다.
정부는 업종별 PBR 차이를 고려해 규제망을 크게 좁혔다. 최근 13개 반기 중 12개 반기 동안 PBR이 코스피 업종 하위 25%, 코스닥 하위 10%에 들어야 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과 얼라인파트너스 등의 분석에 따르면 대상은 코스피 84~87곳, 코스닥 43곳 등 약 130곳이다.
양쪽 모두 한계가 있다. PBR 0.8배를 일률 적용하면 금융·부동산처럼 업종 특성상 PBR이 낮은 기업까지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정부안은 13개 반기 가운데 두 차례만 기준에서 벗어나도 제외돼 일시적인 주가 부양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PBR+주주환원+가치훼손…'복합기준' 부상
이에 재설계 과정에서는 PBR과 실제 기업 행위를 결합한 복합 기준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PBR 절대기준만 적용하지 않고 업종별 PBR을 병행하는 방법이다. 일정 수준 이하의 저PBR 기업을 1차로 추린 뒤 같은 업종 내 PBR 수준과 과거 기업가치 변화를 비교하면 산업 특성 때문에 저평가된 기업을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다.
여기에 상속·증여 전 주주환원 변화를 판단 기준으로 넣는 방안도 가능하다. 최대주주의 승계를 앞두고 과거보다 배당을 줄이거나 자사주 매입·소각을 축소했다면 주가 누르기 여부를 판단할 때 이를 반영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주가가 낮다는 사실보다 주가를 높일 수 있는 조치를 의도적으로 미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아울러 주가 누르기 대상 선정과 실제 과세를 분리하는 방식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PBR과 주주환원, 기업가치 훼손 행위 등을 통해 의심 기업을 먼저 선별하고 실제 상속·증여가 발생하면 순자산가치와 장기 평균주가 등을 활용해 평가액을 다시 산정하는 구조다. 저PBR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상 기업까지 과세하는 문제를 줄이면서 편법 승계는 겨냥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재설계의 핵심은 '얼마나 싼가'에서 '왜 싸졌는가'로 판단기준을 넓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김형구 김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