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밤에는 문 닫는 무더위쉼터… 취약층 '폭염 안전망' 흔들

이창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서울 70%는 '아파트 내 경로당'
취약층 밀집지에 개방 쉼터 시급

서울시와 자치구가 역대급 폭염에 대응하기 위해 '무더위쉼터' 4000여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정작 특정지역·계층에 치우쳐 '반쪽짜리'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나이·거주지로 이용이 제한되는 경로당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다, 열대야가 극심한 야간에 문을 여는 곳은 드문 탓이다. 지자체는 공공시설을 24시간 개방하고 취약계층 전용 대피소도 마련하는 등 안전망을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10일 서울지역 지자체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무더위쉼터 총 4056개소 가운데 69.7%(2825개소)가 경로당 등 특정계층이용시설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상 일반 시민의 이용은 제한된 시설이다. 아파트 입주민이나 등록 회원 위주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거주자·비회원의 접근이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간 상황은 보다 열악하다. 주민센터·도서관·복지관 등 '공공시설'은 933개소(23%), 은행 등 '생활밀착민간시설'은 221개소(5.4%)가 쉼터로 활용됐지만, 상당수 시설이 오후 6시 일과 시간 이후와 주말·공휴일에는 문을 닫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지역 주민들은 폭염중대경보 이전부터 열대야로 불편을 겪고 있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올해 4월 발표한 논문을 통해 "회원제 경로당을 제외하고 공간 분석을 실시한 결과, 취약계층이 거주하는 구역의 28%(1482곳)가 도보 5분 이내에 공공 쉼터가 없는 사각지대"라고 지적했다.

노인 밀집 지역과 무더위쉼터 수의 불균형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7월 서울시 연령별 인구 통계에 따르면 폭염 취약 지역인 도봉구(35.6%), 은평구(30.7%), 구로구(30.4%)의 노인 인구 비율은 서울지역 평균인 28.1%를 상회했지만, 공공시설 쉼터 비중은 각각 15.4%, 14.6%, 14.8%로 최하위권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자체는 쉼터의 평일 운영시간을 늘리고 주말·휴일에도 개방한다는 입장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구립경로당 43개소와 복지관 4개소 등 총 47개소의 경우 월말까지 주말과 휴일에도 문을 열기로 했다"며 "복지관은 오후 9시까지 연장하는 등 생활권 가까이서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은평구 관계자도 "폭염 특보 발효 시 관내 16개동 주민센터와 구청사를 연장쉼터로 지정하고 오후 10시까지 운영을 확대했다"며 "지난해 여름철이나 한파 당시 쉼터 운영과 비교해도 시간과 범위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올해 더위가 심해지며 자치구 협의를 통해 장소가 좁은 한 곳을 제외한 24개 청사를 폭염 특보 시 지속 가동하도록 협의했다"며 "쪽방촌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도 동행목욕탕 등과 연계한 밤더위대피소를 24시간 이용이 가능하고 노숙인 역시 전용 무더위쉼터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논문에서 "단순한 지정 개수 늘리기 행정보다는 취약계층 밀집 지역에 개방형 쉼터를 최우선 배치해야 한다"며 "민간 복합시설, 종교시설, 이동형·개방 쉼터 등 현장 맞춤형 안전망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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