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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실점 불펜 방화가 증명한 '156km'의 공백… 선발 자원 이의리, 어쩔 수 없이 올해는 불펜인가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삼성전 8실점 불펜 붕괴로 역전패… 디아즈 피홈런 '치명타'
구자욱·최형우 지우던 156km 저승사자의 휴식, 고스란히 드러난 뒷문의 민낯
무주공산 마무리 현실 속 굳어지는 '이의리 불펜행'

11일 전남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 9회 초 KIA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 이의리는 9회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첫 세이브에 성공했다. 뉴시스
11일 전남광주 북구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KIA타이거즈의 경기, 9회 초 KIA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 이의리는 9회를 무실점으로 막으며 시즌 첫 세이브에 성공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때로는 가장 뼈아픈 패배가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장 명확하게 가리키기도 한다.

13일 광주 안방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전 8-9 대역전패는 현재 KIA 타이거즈 마운드가 안고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노출했다. 그리고 그 붕괴의 잔해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단 한 명의 이름만이 더욱 거대하게 부각됐다. 바로 휴식을 취했던 '좌완 파이어볼러' 이의리다.

이날 KIA는 다 잡았던 승리를 불펜의 연쇄 방화로 헌납했다. 타선이 원태인을 공략하며 중반까지 흐름을 주도했지만, 6회부터 가동된 구원진이 도합 8점을 내주며 자멸했다. 정해영이 흔들리며 추격을 허용하더니, 결정적인 분수령이었던 7회초 7-4로 앞선 2사 1, 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최지민이 르윈 디아즈에게 뼈아픈 동점 스리런 아치를 얻어맞았다.

이후 9회초 마무리로 나선 조상우마저 1점 차의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승점을 헌납하며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이날 KIA 불펜 부진이 유독 쓰라린 이유는 '결핍'의 원인이 너무나 뚜렷했기 때문이다. 불과 하루, 이틀 전의 상황과 완벽한 대조를 이뤘다.

3점홈런을 때려낸 디아즈.연합뉴스
3점홈런을 때려낸 디아즈.연합뉴스

11일과 12일 경기에서 이의리는 최고 시속 156km의 무시무시한 광속구를 윽박지르며 구자욱, 최형우, 디아즈 등 삼성의 핵심 좌타 라인을 그야말로 완벽하게 '삭제'했다.

하지만 연투 후 이의리가 휴식조로 빠진 13일, KIA 불펜에는 이 무시무시한 좌타자들을 윽박지를 '저승사자'가 없었다. 이의리의 공백은 최지민의 동점 피홈런과 조상우의 블론세이브라는나비효과로 돌아왔다.

여기서 이범호 감독과 KIA 벤치의 깊은 딜레마가 발생한다. 사실 이의리는 KIA가 애지중지 키워온 프랜차이즈 1차 지명 에이스이자, 장기적으로 팀의 10년을 책임져야 할 선발 자원이다. 팬들 역시 그가 다시 마운드에 우뚝 서서 긴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에이스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 감독 역시 이의리의 선발 잠재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아쉽게 패전을 기록한 조상우.연합뉴스
아쉽게 패전을 기록한 조상우.연합뉴스

하지만 당장 1군 무대의 현실이 너무나 냉혹하다. 곽도규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정해영부터 조상우까지 이어지는 계투진은 상대를 확실하게 압도할 만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마무리가 없는 상황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1이닝을 150km 중후반의 직구로 찍어 누를 수 있는 이의리의 파괴력은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매혹적인 카드다.
선발로 던져야 할 투수가 불펜에 있는 것은 분명한 아이러니다.

하지만 13일 삼성전과 같이 허망하게 경기를 내주는 불펜의 민낯을 확인한 이상, 벤치의 선택지는 극도로 좁아질 수밖에 없다. 순위 싸움의 명운이 걸린 가을의 입구에서, KIA가 이의리를 불펜 투수로, 나아가 사실상의 마무리로 기용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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