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하다" 했는데 51일 뒤 시신… 제주 실종사건 '셀프 종결' 구멍
장기실종 사건 이어 같은 경찰관 또 허위종결
7월2일 신고 남성, 재신고 뒤 숨진 채 발견
전산상 해제 담당자가 직접… 관리자 승인 신설
제주 성인실종 3년7개월 2914건·미발견 15명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서 실종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경찰관이 또 다른 실종사건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두 번째 사건 실종자는 가족이 다시 신고한 뒤 수색 과정에서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담당 경찰관의 비위에 그치지 않고 실종자의 안전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산상 사건 해제를 담당자가 직접 처리할 수 있었던 경찰 실종관리 체계의 허점이 함께 드러났다.
23일 제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전날 오후 3시29분께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을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경찰 내부 전산기록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하거나 사용하고 정상적인 공무 수행을 방해한 혐의까지 적용하면서 수사가 최초 직무유기 의혹에서 확대됐다.
경찰이 A경장의 신병을 확보한 결정적인 계기는 두 번째 허위 종결 사건이었다. 60대 남성 B씨 가족은 지난 7월2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A경장은 B씨와 연락이 됐으며 가족에게 자신의 소재를 알리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설명한 뒤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B씨는 가족과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가족이 최근 다른 실종사건의 허위 종결 보도를 접한 뒤 지난 21일 경찰에 다시 신고하면서 문제가 드러났다.
경찰이 재수색에 나선 결과 B씨는 22일 제주도 내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가 접수된 지 51일 만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타살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허위 종결이 B씨의 사망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는 같은 경찰관에게서 비슷한 사건 처리 방식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A경장은 지난 5월 발생한 30대 여성 장기 실종사건에서도 실제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종자와 연락이 됐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초 실종신고가 들어오자 현장 경찰관들은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토대로 탐문과 수색에 들어갔지만 사건이 종결되면서 철수했다. 이후 경찰이 확인한 실종자의 휴대전화와 경찰 업무용 전화 등에서는 A경장과 통화한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가족이 두 달여 뒤 다시 신고하면서 수사가 재개됐지만 실종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는 주변 폐쇄회로(CC)TV 영상 상당 부분은 이미 보존기간이 지난 상태였다. 실종 직후 확보할 수 있었던 정보를 뒤늦게 추적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A경장이 근무한 실종수사팀에서 처리했던 다른 사건까지 전수조사하고 있다. 허위 또는 부적절한 종결 사례가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사건은 경찰의 실종사건 관리 방식 자체에도 문제를 던졌다. 현재 실종사건을 종결할 때 담당자는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에게 처리 내용을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경찰의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서 최종적으로 실종자를 해제하는 전산 처리는 담당 경찰관이 직접 할 수 있다.
보고·검토 절차와 전산상 해제 권한이 분리돼 있었던 셈이다. 관리자가 별도로 보고를 받더라도 담당자가 시스템에 어떤 내용을 입력해 사건을 해제했는지 전산상 최종 승인하는 장치는 없었다.
경찰청이 제주 사건이 불거진 직후 시스템 개편에 나선 이유다. 앞으로 담당자가 실종 해제를 요청하면 팀장이나 과장 등 관리자가 해제 사유와 입력 내용을 확인한 뒤 최종 승인해야 사건을 종결할 수 있도록 바꿀 예정이다.
다만 관리자 승인 절차를 추가해도 담당자가 처음부터 허위 정보를 입력할 경우 이를 걸러낼 수 있느냐는 문제가 남는다. 실종자의 통화·대면 여부와 안전 상태를 실제 자료로 확인하는 절차까지 작동해야 전산 승인제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성인 실종사건의 관리체계도 다시 들여다볼 대목이다. 현행 '실종아동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직접 대상으로 규정하는 범위는 실종 당시 18세 미만인 아동과 지적·자폐성·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이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성인은 경찰청 예규인 '실종아동등 및 가출인 업무처리 규칙'에서 '가출인'으로 분류돼 관리된다.
성인 실종의 규모는 작지 않다.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제주에서 접수된 만 18세 이상 성인 실종신고는 2914건이다. 2023년 944건, 2024년 814건, 지난해 786건에 이어 올해도 7월까지 370건이 접수됐다.
같은 기간 18세 미만 아동 실종신고 1341건의 두 배가 넘는다. 지난 21일 집계 기준 신고 이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성인도 15명으로 아동 3명의 5배다.
결국 이번 사건의 수사는 A경장이 얼마나 많은 사건을 허위 처리했는지를 확인하는 데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실종자의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을 닫을 수 있었던 전산 권한, 관리자 검증이 실제로 작동했는지 여부, 일반 성인 실종을 관리하는 제도까지 함께 점검해야 할 상황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