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문 1글자에 120억원?
파이낸셜뉴스
2000.06.30 04:43
수정 : 2014.11.07 14:07기사원문
“법에 들어있는 글자 한 자가 120억원(?)”
오는 7월부터 농어민연금을 받아야 하는 전국 12만명의 노령연금 대상자들이 국회를 통과한 법에 글자 한 자가 잘못 들어가 있는 바람에 무려 121억원의 연금을 못받을 위기에 몰렸다.
내용인즉 현행 국민연금법 50조 2항에 ‘연금은 매월 말일에 그 전달의 금액을 지급한다’로 돼있어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 95년 법개정당시엔 아무런 의미없이 지나갔던 이 조항을 액면그대로 해석해보면 7월부터 지급사유가 발생하게 된 노령연금대상자들이 한달 뒤인 8월말에 가서야 실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그이후엔 한달씩 계속 밀려 7월분은 영원히 받을 수 없게 돼있다.
그러나 지난 95년 7월부터 5년동안 성실히 연금보험료를 납입해온 농어민들은 만5년이 되는 다음달부터 노령특례연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정부가 농어민들의 국민연금 가입을 유도하면서 ‘2000년 7월부터 농어민 연금시대가 열린다’고 홍보해왔기 때문.
그러나 정부의 홍보와는 달리 잘못된 연금법 때문에 7월 중 모두 12만여명의 농어민들이 121억여원의 연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고 실제로 7월중에 연금을 못받게 되면 결국 정부의 홍보가 잘못된 셈이다.
16대국회들어 민주당 김명섭 의원 등 보건복지위소속 국회의원 20명은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고 최근 ‘국민연금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내용은 문제의 조항인 ‘연금은 매월 말일에 그 전달의 금액을 지급한다’를 ‘연금은 매월 말일에 그 달의 금액을 지급한다’로 ‘전’자 한 자만 뺀 것이다. 글자 한 자를 빼고나니 농어민들이 7월 중 121억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다음달 초 열리는 임시회에서 보건복지위,법사위,본회의를 통과한 뒤 정부의 공포를 거치는 데는 한 달이상 걸리게 돼 물리적으로 농어민연금 7월지급은 어려운 상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정부는 농어민 편의를 명분으로 ‘선(先) 지급 후(後)개정’이라는 편법을 추진 중이다.보건복지부는 7월 연금지급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근 법제처 등 유관기관에 유권해석을 의뢰,다음달 중 연금을 우선 지급하고 사후에 연금법을 개정하는 고육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어민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이번 농어민연금 지급지연사태는 지난 국회와 담당부처의 세심하지 못한 일처리가 빚어낸 합작품으로 볼 수 있다. 법률안 문구 하나를 만드는데 국회와 정부가 얼마나 신중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 웃지 못할 사례다.
/ pch@fnnews.com 박치형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