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슈퍼마켓도 정유社 위협
파이낸셜뉴스
2001.05.08 06:10
수정 : 2014.11.07 14:34기사원문
미국 정유사들이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으로 잔뜩 긴장하고 있다. 다름아닌 대형 식료품점과 할인 체인점이 그 라이벌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최근 앨버트슨이나 월마트 같은 식료품점과 할인 체인점들이 주차장에 주유시설을 설치해 놓고 ‘가격할인’이라는 강력한 무기로 정통 주유소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저널에 따르면 내년 할인점과 슈퍼마켓이 차지하는 유류판매 비중은 6% 이상, 오는 2005년에는 15%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월마트의 최고경영자 리 스콧은 “기름은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가격에 반응하는 제품”이라면서 “그 때문에 소비자들은 단지 몇 센트를 아끼기 위해 기꺼이 30분을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미 석유시장조사업체인 런던버그 서베이(LSI)에 따르면 지난 99년 갤런당 1.13달러에 불과하던 평균 휘발유 가격(셀프주유 기준)은 수요초과와 재고부족,환경을 고려한 강력한 규제 등의 영향으로 6일 현재 1.76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한 건강진단 업체에서 정보담당 책임자로 일하는 데이비드 룩은 “차에 기름이 부족할 때 주로 샘스클럽에서 5달러어치 기름을 채운다”면서 “근처 주유소와 비교할 때 갤런당 15센트, 가득 채울 땐 6달러나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식료품 및 할인전문 체인점들은 기름 도매업자로부터 저가의 비메이커 유류를 공급받아 정유사보다 싼 값에 기름을 팔고 있다.
반면 거대 정유사들이 운영하는 주유소는 비싼 첨가제를 포함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현재 월마트는 89곳의 샘스클럽과 341개 할인점에 주유시설을 설치, 운영 중이다. 쏠쏠한 재미를 본 월마트는 내년까지 샘스클럽 480곳 전 매장과 할인점 200여곳에 추가로 주유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한편 위협을 느낀 정유사들은 최근 기름값 차이를 친절과 첨단시설로 만회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세계 2위 석유회사인 BP아모코는 올해 초 로고를 새로 바꾼 뒤 인터넷과 연결해 주요 뉴스와 날씨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설을 구축했다.
셀 주유소도 15년 만에 처음으로 시설 개량작업에 착수, 칙칙했던 주유기 색상을 밝은 노랑과 빨간색으로 바꿨으며 주변환경도 꽃으로 빙 둘러쌌다.
시설 개선과는 별도로 정통 정유사들은 또 앨버트슨 등 대형 식료품점들과 ‘적과의 동침’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BP아모코의 자회사 아르코는 캘리포니아주 베이커스필드에서 시험적으로 앨버트슨에서 음식료품을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셀도 버지니아주에서 식료품 체인점 팜 프레쉬와 시험적인 동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유통업체와의 제휴는 제살을 깎아먹을 위험성이 크다. 저널은 이미 정유사들이 주유소 안에 편의점을 자체 운영하고 있어 대형 할인점들과의 광위한 전략적 제휴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kkskim@fnnews.com 김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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