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랭이 떡국 “둥글둥글 살자구요”
파이낸셜뉴스
2003.01.23 09:00
수정 : 2014.11.07 19:34기사원문
‘한해의 길운을 부르는 요리, 조랭이떡국.’
떡국은 새해 첫날 먹는 명절 음식이다. 설날 음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어느 지방에서나 으뜸으로 치고 있는 음식이 바로 흰떡국이다. 하지만 요즘은 새해 첫날의 명절식일 뿐만 아니라 겨울철 별미 메뉴로도 인기다. 쌀로 만든 음식이고 따끈한 국물과 쫄깃하게 씹히는 맛 또한 일품이라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도 무난한 음식이다. 특히 지금은 다양한 양념과 맛을 내는 재료를 곁들여 떡국을 끓여 먹고 있다.
유조리사는 “구수한 사골국물 맛과 쫄깃쫄깃한 떡살 맛뿐 아니라 영양도 만점”이라며 조랭이떡국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개성만두·보쌈김치와 더불어 개성지방의 3대 음식으로 꼽히는 ‘조랭이떡국’은 가래떡을 대나무 칼로 썰어 동글동글하게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든 조랭이떡을 주재료로 하여 끓인 떡국을 말한다.
전통적으로 조랭이떡은 조롱박과 누에가 가지고 있는 악귀를 쫓는 의미와 길함을 동시에 상징하기 때문에 설날에 먹는 조랭이떡국은 한해의 길운을 점치며,액운을 막기 위한 선조들의 소박한 한해의 소망이 담긴 음식이기도 하다.
조랭이떡은 시중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새해 첫날 음식인 만큼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이 더욱 뜻깊은 일인 듯 싶다.
조랭이떡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떡가락을 뽑을 때 굵기를 잘 조절해야 한다. 보통 새끼손가락 정도의 굵기가 가장 적당하다. 가래떡을 2㎝ 정도의 크기로 자른 뒤 가운데를 대나무칼로 눌러 누에고치 모양으로 만들면 된다. 모양을 만든 뒤 찬물에 넣었다 건져내야 쫄깃한 맛을 더 낼 수 있다. 또한 떡이 식기 전에 만들어야 떡의 모양이 제대로 나오기 때문에 떡을 빚기전에 참기름을 미리 준비해 바른 뒤 만들어야 대나무에 달라 붙지않고 잘 만들어진다. 만들어 놓은 후에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게 냉동 보관하면 형태 변화 없이 맛있는 조랭이떡국을 끓여 먹을 수 있다.
조랭이떡국 맛의 비결은 ‘육수 만드는 법’에 있다. 육수를 낼 때 한우사골을 10분 정도 끓이다가 건저 내서 찬물에 깨끗이 헹군 뒤에 약한 불에서 오래오래 끓여야 한다.
그래야 사골의 잡맛이 없어지고 구수하면서도 달콤한 뽀얀 국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유조리사의 귀띔이다. 원래 떡국의 다시물은 꿩고기로 내는 것이 원칙이 지만 요즘은 쇠고기나 닭고기 등으로 주로 만든다. ‘꿩대신 닭’이란 말도 여기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집에서 만들어 먹을 때는 다시다로 국물을 내도 깔끔한 맛이 난다. 삶은 양지고기는 적당한 크기로 잘라 결대로 찢어야 더욱 쫄깃한 맛을 낸다.
조랭이떡국처럼 개성지방의 음식들은 주로 정성이 깃들어 있는 것이 특징. 상인들의 왕래가 많았기 때문에 손님을 위한 상차림이 다반사였고, 그 때문에 손님접대용 음식이 발전하였으며 조랭이떡국도 그 중에 하나로 꼽힌다.
조랭이떡국은 영양학적으로도 훌륭하다. 쌀이 주원료이기 때문에 출출한 속을 채워주기에 부족함이 없고 모자란 단백질은 계란이나 쇠고기, 버섯 등의 고명을 얹어 보충하기 때문에 그야말로 영양만점인 음식이다. 여기에다 떡국과 잘 어울리는 만두를 한두개 넣으면 또 다른 맛을 낸다.
유조리사는 “조랭이떡국의 진미는 구수한 맛을 낼 때까지 뽀얗게 끓여낸 사골 육수와 쫀득한 떡살에 있다”면서 “설뿐만 아니라 겨울철 온가족이 둘러앉아 즐기는 맛은 그 어느 음식보다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조랭이 떡국 만드는법(4인분)
◇재료=조랭이떡 800g, 계란지단 1장, 양지 400g, 사골 400g, 조미료 20g, 소금 40g ,다진 마늘 1/2큰술, 참기름, 양파, 대파, 참깨, 후추
◇만드는 법=①찹쌀에 물과 소금을 넣고 찰지게 반죽을 한 후 가래떡과 같이 길게 뽑아낸다. ②2㎝ 정도의 크기로 잘게 썰어 조랭이떡을 만든다. ③양지에 양파, 대파를 함께 넣고 삶아 낸 후 양지의 결에 따라 3㎝로 찢는다. ④계란을 풀어 지단을 만든다. ⑤사골육수가 팔팔 끓을 때 조랭이떡을 넣고 떡이 떠오르면 그릇에 담는다. ⑥소금, 마늘, 후추로 간을 한 사골육수를 붓는다. ⑦양지와 계란지단, 김가루 등을 식성에 맞게 고명으로 얹어낸다.
특히 사골 국물은 너무 센불에 끓이지 말고 은근한 불에 끓여야 우유빛 국물이 우러난다. 여기서 조랭이떡을 잘 삶는 것이 중요하다. 끓는 물에서 동동 떠오를 정도가 가장 적합하다.
/ shs@fnnews.com 신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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