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신뢰·수익증대 ‘양 날개’ 단다
파이낸셜뉴스
2003.02.13 09:06
수정 : 2014.11.07 19:08기사원문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의 경영 화두로 ‘윤리경영’을 선택했다. 기업들은 단순한 선언에 그치지 않고 윤리경영을 구체화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속속 마련한고 있다.
지난해 ‘엔론사태’ 등 미국 대기업들이 회계부정 사건으로 잇따라 파산한 뒤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은 결과다. 또 새 정부가 기업정책의 핵심과제로 ‘투명성 제고’를 들고 나온 것도 거를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잇따라 윤리경영을 선언하고 있다.윤리경영은 이제 겉치례용의 일시적,선언적의미가 아니라 영구적,실천적 의미로 바뀌고 있다. 일류가 되기위해서는 윤리·투명경영이 필수적임을 국내 기업들은 최근 몇년새 뼈저리게 느껴왔다.
하지만 여론몰이나 정부의 강압에 의한 윤리경영은 또다른 폐해를 불러일으킬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자발적이고 자주적인 윤리경영이어야한다는 것이다.
◇윤리경영은 왜 필요한가=최근 50년 이상 미국 실리콘밸리를 선도해온 휴렛팩커드는 임직원들에게 ‘이익 추구가 회사의 궁극적인 목표일 수는 없다’면서 인간존중을 강조해왔다. 존슨앤존슨은 1943년부터 윤리강령 ‘우리의 신조(Our Credo)’에서 소비자→종업원→지역사회→주주의 순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정해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인터내셔널 페이퍼(IP)’는 내부고발제도와 같은 철저한 윤리경영과 벌목한 나무보다 더 많은 나무를 심는 자원관리책임서약으로 반독점 시비, 소비자의 저항 등 경영상의 위험을 피하고 세계 최대의 펄프·제지업체로 성장했다.
이는 오랫동안 높은 도덕성을 추구해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현주소다. 윤리·투명경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신뢰를 받으며 끊임없이 발전하려면 투명성, 윤리성, 사회적 책임 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투명한 회계, 정직한 경영, 공정한 경쟁, 준법와 납세, 명료한 의사결정구조,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 등이 요체다.
◇윤리경영 실천한 기업이 주가 올랐다=국내에서 대표적 윤리경영 기업으로 꼽히는 신세계백화점은 윤리경영을 추진하면서 주가가 급상승했다. 지난 99년말 5만7400원이었던 주가는 적극적으로 윤리경영에 나선 2000년부터 오르기 시작,지난해 11월말에는 16만2000원으로 99년의 3배 가까이 됐다.
물론 이같은 주가상승이 전적으로 윤리경영의 결과라고는 할 수 없지만 상당히 기여를 했다는 게 신세계측과 재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윤리경영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기업이 주가와 경영 성과에서 우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전경련이 국내 30대 그룹 소속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윤리와 성과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이 조사를 보면 전담 부서를 설치해 윤리경영을 적극 실천하는 기업의 주가상승률은 1999∼2002년 평균 46.3%였다. 이는 같은 기간 윤리헌장만 제정한 기업(16.1%)이나 윤리헌장을 제정하지 않은 기업(22.1%)의 평균치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전담부서를 설치한 기업은 1998∼2001년 평균 10.3%를 나타내 나머지 기업의 평균치(7.3%)보다 40% 이상 높았다.
특히 윤리경영 실천 전담 부서를 설치한 기업은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 주가 상승폭이 시장평균을 크게 상회했고, 헌장만 제정했거나 미제정한 기업에 비해 최고 3배 이상 차이가 났다. 주식시장이 하락할 때에는 하락폭이 다른 기업군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전경련 기업경영팀 남경완 연구원은 “이러한 결과는 윤리경영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성과 및 시장가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윤리헌장을 제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전담 부서 등을 설치해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기업가치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변화의 바람은 분다=대기업들이 만연하고 있는 부패와 비리의 근절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초부터이다. 벤처기업 비리가 불거지기 시작하면서 ‘윤리헌장’을 채택하거나 구매와 관련된 모든 업무를 인터넷으로 처리하는 전자구매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구매비리 근절책 마련에 적극 나서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최근 협력업체와의 거래에서 공개입찰과 전자 입찰제를 조기 정착시키겠다는 내용의 ‘윤리경영·투명경영’을 선언했다. 이와함께 임직원 윤리실천강령과 협력업체 윤리강령을 강화하고, 협력업체와 임직원 및 고객들에게서 불공정 거래를 인터넷으로 신고 받아 ‘사이버 감사실’과 ‘협력회사 소리함’을 활성화 하기로 했다.
삼성, LG, SK, 한화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앞 다퉈 윤리경영을 선언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해부터 직원들에게 상사의 직무유기나 부당한 지시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으며, 부하직원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따를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하는 ‘부정 판단기준’ 을 신설했다. LG칼텍스정유는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준법감시인에 부사장급을 선임했다.
SK그룹은 구매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20여명으로 구성된 감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감사팀은 구매비리가 드러나면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금호그룹은 지난해말부터 협력업체 대표들에게 ‘윤리경영 동참 확약서’에 서명토록 했다. 금호그룹은 협력업체들이 납품과정에서 비리를 저질렀을 경우 즉각 거래를 중단키로 했다.
전경련 남 연구원은 “국내 기업에 진정한 윤리경영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윤리경영 모범기업에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민·형사 소송이 걸렸을 때 해당 기업이 그동안 보여온 ‘윤리경영’ 성과가 인정되면 형을 감면해주는 연방법원판결지침(FSG)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윤리경영을 실천한 기업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도이다.
/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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