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0년 한국형 사이보그가 왔다

파이낸셜뉴스       2003.09.04 10:02   수정 : 2014.11.07 14:14기사원문



충무로에 또 한편의 블록버스터 영화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이보그라는 소재를 다룬 SF영화 ‘내츄럴 시티’(감독 민변천 제작 조우엔터테인먼트)가 그것. 이 영화는 기획부터 개봉하기까지 걸린 기간만 5년, 제작비가 78억원에 달한다. 또 할리우드에서 생산되는 SF영화와 차별하기 위해 한국의 전통가옥 요소 등을 차용해 ‘동양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세트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 ‘원더풀 데이즈’에서 보여준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 기술력은 이 영화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또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메카라인 시티와 비교되는 망각 시스템의 맑고 깨끗한 해변가 모습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만하다. 하지만 한국 블록버스터의 한계인 스토리의 미약함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말았다.

2080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모든 것은 R(유지태)로부터 시작된다. 문제는 그가 나이트 클럽에서 춤추도록 설계된 사이보그 리아(서린)을 사랑했다는데 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R이 리아를 왜 사랑하게 됐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인간을 위협하는 무단이탈 사이보그들을 소탕하기 위한 제거요원(MP)인 R가 사이보그를 사랑한다는 것은 언뜻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만들어질 때부터 정해진 사이보그의 수명 때문에 리아는 앞으로 3일 밖에 살지 못한다. 그러자 R는 닥터 지로(정은표)를 통해 인간의 몸을 리아에게 주려는 계획을 세운다.
이를 위해 창녀 시온(이재은)의 몸이 필요하다. 하지만 닥터 지로는 영혼을 사이보그로 복제하는 실험에 R를 이용한다. 컴퓨터 그래픽에 의존한 화면에는 찬사를 보내면서도 원더풀 데이즈처럼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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