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추상… 수묵의 ‘정제된 숨결’남천 송수남 회고전

파이낸셜뉴스       2004.02.17 10:47   수정 : 2014.11.07 21:04기사원문



‘한국의 그림은 어떤것이어야 하는가’란 질문을 자신에게 수없이 던져 온 수묵화가 남천 송수남씨(66·홍익대 미술대 교수)가 그의 화업 50년을 돌아보는 회고전을 갖는다.

17세에 그린 초기작품부터 최근의 수묵대작까지 작품 60여점과 목각채색 오브제 10여점 등 모두 70여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우리시대의 수묵인 남천 송수남전’이 20일부터 3월14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남천은 1980년대 전반기 한국화 운동을 주도한 한국화가다.

전통적 재료인 먹에 현대적 생명을 부여한 그는 “수묵으로 구현된 세계란,거꾸로 대상세계를 묘사하기 위한 것 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수묵에 의해 빌려온 것이 된다”고 강조한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남천의 수묵은 재료이면서 동시에 정서이다.형식이면서 동시에 내용이다.그 내용은 단순한 소재적 범주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정신세계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번 회고전은 50년에 걸친 남천작품의 시기별 흐름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남천은 대학 3학년까지만 해도 서구의 사조를 탐닉하는 전형적인 서양화 학도였다.

그러던 그가 4학년때 돌연 동양화로 전공을 바꾸게 된 계기는 한편의 시 때문이었다.

시인 한하운의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천안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을 넘는데…(하략)”라는 시였다. 전주 출생인 그는 이 시를 읽으면서 고향에 대한 애정과 정서는 물론 자신에게 내재된 본질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는 수묵이야말로 고향의 혼을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재료라고 믿었다.먹과의 동반이 시작되었다.먹에 매료된 그는 그만의 새로운 수묵의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변신과 실험,명상과 도전을 거쳐 도도히 일구어 온 남천의 수묵 밭은 지난 50년동안 지극히 ‘한국적인 것’의 완성을 향해 구도자적으로 씨를 뿌려왔다.

‘그의 운필은 대담하지만 결코 날카롭지 않다’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담담하게 일구고 갈아 온 그의 수묵의 밭은 육중한 무게가 실리지만 한국미의 본질을 조형하고 있다.

남천은 먹을 두고 ‘색의 시초이자 끝’이라고 말한다. “가장 우주적이고 영원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극치에 이르면 동양의 선사상과 맥락이 통한다”는 말은 수묵에 대한 그의 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1950년대에 그린 수채화와 60년대초의 수묵담채들은 그의 초기의 작품 경향을 잘 보여 주고 있다.

60년대중반의 비정형적인 수묵추상,70년대의 섬세한 준법에 채색을 결합한 산수,80년대의 수평적 구도의 독자적 산수,90년대이후 최근까지의 지극히 간결하면서도 응집된 붓놀림으로 창조해 낸 새로운 수묵세계는 먹의 무한한 변주를 보여준다.
남천 수묵의 섬세한 자유와 절제된 추상성은 먹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에는 남천이 꾸준히 수집해 온 전통목각 오브제에 채색을 한 새로운 개념의 채색오브제 작업도 선 보인다.

이달 정년을 맞는 남천은 회고전에서 자신만의 절묘한 수묵조형의 매력과 멈추지 않는 창작열을 잘 보여주고 있다.(02)720-1020

/ jjjang@fnnews.com 장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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