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림은 어떤것이어야 하는가’란 질문을 자신에게 수없이 던져 온 수묵화가 남천 송수남씨(66·홍익대 미술대 교수)가 그의 화업 50년을 돌아보는 회고전을 갖는다.
17세에 그린 초기작품부터 최근의 수묵대작까지 작품 60여점과 목각채색 오브제 10여점 등 모두 70여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우리시대의 수묵인 남천 송수남전’이 20일부터 3월14일까지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남천은 1980년대 전반기 한국화 운동을 주도한 한국화가다.
전통적 재료인 먹에 현대적 생명을 부여한 그는 “수묵으로 구현된 세계란,거꾸로 대상세계를 묘사하기 위한 것 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수묵에 의해 빌려온 것이 된다”고 강조한다.
미술평론가 오광수는 “남천의 수묵은 재료이면서 동시에 정서이다.
이번 회고전은 50년에 걸친 남천작품의 시기별 흐름을 비교해 볼 수 있는 기회다.
남천은 대학 3학년까지만 해도 서구의 사조를 탐닉하는 전형적인 서양화 학도였다.
그러던 그가 4학년때 돌연 동양화로 전공을 바꾸게 된 계기는 한편의 시 때문이었다.
시인 한하운의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천안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을 넘는데…(하략)”라는 시였다. 전주 출생인 그는 이 시를 읽으면서 고향에 대한 애정과 정서는 물론 자신에게 내재된 본질을 자각할 수 있었다.
그는 수묵이야말로 고향의 혼을 제대로 표현해 낼 수 있는 재료라고 믿었다.먹과의 동반이 시작되었다.먹에 매료된 그는 그만의 새로운 수묵의 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변신과 실험,명상과 도전을 거쳐 도도히 일구어 온 남천의 수묵 밭은 지난 50년동안 지극히 ‘한국적인 것’의 완성을 향해 구도자적으로 씨를 뿌려왔다.
‘그의 운필은 대담하지만 결코 날카롭지 않다’는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담담하게 일구고 갈아 온 그의 수묵의 밭은 육중한 무게가 실리지만 한국미의 본질을 조형하고 있다.
남천은 먹을 두고 ‘색의 시초이자 끝’이라고 말한다. “가장 우주적이고 영원성을 지녔을 뿐 아니라 극치에 이르면 동양의 선사상과 맥락이 통한다”는 말은 수묵에 대한 그의 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1950년대에 그린 수채화와 60년대초의 수묵담채들은 그의 초기의 작품 경향을 잘 보여 주고 있다.
60년대중반의 비정형적인 수묵추상,70년대의 섬세한 준법에 채색을 결합한 산수,80년대의 수평적 구도의 독자적 산수,90년대이후 최근까지의 지극히 간결하면서도 응집된 붓놀림으로 창조해 낸 새로운 수묵세계는 먹의 무한한 변주를 보여준다. 남천 수묵의 섬세한 자유와 절제된 추상성은 먹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경험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에는 남천이 꾸준히 수집해 온 전통목각 오브제에 채색을 한 새로운 개념의 채색오브제 작업도 선 보인다.
이달 정년을 맞는 남천은 회고전에서 자신만의 절묘한 수묵조형의 매력과 멈추지 않는 창작열을 잘 보여주고 있다.(02)720-1020
/ jjjang@fnnews.com 장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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