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상생-불신과 밀어붙이기 대조
파이낸셜뉴스
2004.07.29 11:36
수정 : 2014.11.07 16:01기사원문
지난 2002년 1월10일 독일 베를린 인근 포츠담시에서는 독일 공공노조(VER.DI)와 사용자 대표들간 심야 마라톤 임금 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틀간에 걸친 협상에서 양측간에는 어느 누구도 물러설수 없다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어느 한쪽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면 지난 92년 이후 유지해 온 공공부문 무파업 기록이 깨질 상황이었다. 공공노조의 위력을 감안할 경우 최대 파업의 위기가 예고되고 있었다.
이날 새벽 0시30분(현지시간) 프랑크 브시르케 공공노조 위원장과 사용자 대표인 오토 쉴리 내무장관은 한발씩 물러나 임금을 최고 4.4%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협상은 노사간의 모든 갈등을 제도적 틀 안에서 대화로 해결하는 독일 노사문화의 현주소를 또 한번 증명한 셈이다.
◇협상은 어디까지나 테이블에서=‘노조의 낙원’으로 명성이 높은 유럽이지만 한국처럼 투쟁적인 파업문화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가끔 거리에 나와 피켓시위와 군중시위를 벌이기는 하지만 우리처럼 근로자가 노사분규로 자살을 하거나 생산현장의 기물을 파손하는 등 극한의 상황은 사라진지 오래다.
주로 산업별로 집단교섭을 하는 독일의 경우, 파업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파업이 실행되더라도 하나의 산업부문 혹은 특정 지역에 한정된다.
불법파업을 연일 일삼는 한국과 파업문화 자체가 틀리다. 파업돌입에 필요한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파업에 돌입하기위해서는 조합원 75% 이상의 찬성을 얻도록 노조자체규약에 명시돼 있다. 파업돌입에 필요한 조정절차를 반드시 거치고 몇차례의 교섭실패를 거친이후 비로소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용자들은 이같은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방어수단으로 직장폐쇄를 요구할수 있어 양자간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앞서 말한 독일이 대표적 ‘무파업 지대’이다. 지난 2002년 5월 독일의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IG메탈)는 전국 80개 사업장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한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이는 지난 1930년 이후 70년만의 첫 파업이었으며 13일만에 끝났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한국에서는 늘상 일어나는 폭력 행위가 한건도 없었다는 것.
경제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91년∼2000년까지 10년간 파업으로 인한 독일의 총 근로 손실일수는 11일에 불과했다. 한번 시작하면 기본적으로 한달, 길면 2달 이상을 파업하는 한국과는 비교할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안정된 노사관계, 노동시장 유연성이 배경=네덜란드 역시 유럽에서 가장 노사관계가 안정된 나라에 속한다,
이같은 네덜란드의 안정된 노사관계의 배경에는 유연성이 탁월한 노동시장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의 노동시장 전체를 떠들썩 하게 만들고 있는 비정규직 차별철폐 문제는 전혀 찾아볼수 없다.
기업들이 고도로 탄력적인 인력운용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여성 인력의 70%는 파트타임 근로자일 정도로 국민들의 대다수조차 파트타임 등의 비정규직 근무를 선호하고 있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남성을 합칠경우 파트타임으의 비율은 40%에 육박할 정도다. 이는 유럽연합(EU) 평균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특히 지난 20년간 신규 일자리 200만개 가운데 80%는 파트타임이다. 이같은 현상은 침체일변도를 걷던 네덜란드가 90년대 이후 본격적인 경제성장궤도에 오르면서 기업, 근로자 모두가 탄력적인 고용시장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이 이같이 고용이 불투명한 비정규직 확대에 별다른 불만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은 ‘일자리를 잃는 다수’보다는 ‘일자리를 나누는 다수’가 낫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93년 고용안정과 비정규직의 동등 대우를 위해 노사가 ‘뉴코스 협약’과 지난 96년 ‘유연성과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하면서 이같은 파트타임 고용에 가속도가 붙었다.
이는 다수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측과 노동자 측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고용 안정을 맞바꾼 것을 의미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김성연 팀장은 “아직까지도 국내 일부 대기업노조들이 자신들의 임금인상만을 위해 파업을 일으키면서도 소외된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이기심을 보이고 있다”며 “전체의 일자리 창출과 공생을 위해 자신의 파이를 나눌수 있는 성숙된 노조의식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 라고 말했다.
/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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