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 나도 모르겠어요”…정체성 잃고 혼란
파이낸셜뉴스
2004.08.09 11:38
수정 : 2014.11.07 15:35기사원문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인 김혜수와 그를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 김태우의 사랑과 집착을 그린 영화 ‘얼굴없는 미녀’가 관객들에게 관심을 끌면서 다소 생소한 ‘경계성 인격장애’에 대한 궁금증도 늘고 있다.
관객들은 전문적인 정신과적 분야가 많이 소개된 이 영화를 보면서 ‘공부하는 것 같다’라는 입장과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것 같다’입장으로 크게 나눠진다. 영화전문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네티즌들의 의견도 대동소이한 반응을 보였다.
◇경계성 인격장애란=인격장애의 한 종류로 다른 인격장애 외에도 각종 정신병적 증상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나 자아상, 정신과 행동이 심하게 불안하고 심하게 충동적이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주인공 지수(김혜수)가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라고 말 한 것에서 알 수 있듯 항상 자신의 모습과 성, 가치관, 인생의 목표 등에 대해 주체성을 찾으려고 애를 쓰지만 항상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일상생활도 혼자 고독하게 지내다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람들과 긴밀하게 접촉하고 다시 또 혼자지내는 것을 반복한다.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특징은 판단기준이 ‘흑과 백’으로 명확하게 나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두가지 종류만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자신과 연관된 대인관계, 행동, 기분, 자신에 대한 평가나 느낌 등이 끊임 없이 변화한다.
대인관계에서는 타인으로부터 ‘버려진다’는 느낌을 받지 않기 위해 부담스러우리 만큼 잘해주다가 상대편이 행여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은 낌새를 알게되면 곧 무섭게 돌변하곤 한다.
이 인격장애는 분열형 인격장애·히스테리성 인격장애과 공존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해하거나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혹시 내 주변 사람도=경계성 인격장애는 일반 외례에서 전혀 생소한 질병은 아니지만 주로 자살과 자해 등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국내에는 아직 유병률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와있지 않지만 대략 전체 인구의 1∼2% 정도에서 나타난다.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약 2∼4배 정도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사람에게 나타날까=아직까지 경계성 인격장애가 왜 나타나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전통적으로 어릴때 부모의 양육성향이 일치하지 않은 상황이나 학대받는 상황에서 성장한 어린이에게서 나타날 수 있다고 알려져있다.
예를들어 아이의 특정행동에 대해 한편에서는 용인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심하게 나무랄때 또는 부모의 기분에 따라 허용하는 행동과 그렇지 않은 행동이 나뉘는 등 일관성이 없을 때와 같은 상황이 계속 되면 이같은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통계적으로 보면 환자중 젊은 나이에 남편을 잃고 자식에게 푸념을 자주 했다거나 여러남자를 집안에 초대하는 것을 보고 자란 어린이가 많았다고 한다.
현재 인정을 받고 있는 설은 성장기의 환경보다는 유전적 특성과 세로토닌이나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복합적 이상이 증상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인정 받고 있다.
◇최면요법 치료에 효과 있나=극중에서 정신과 의사가 지수를 상담하며 최면을 계속해서 건 뒤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로 정신과를 방문하는 환자중 까다로운 환자가 바로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라고 한다. 본능적 충동을 행동화하기 쉽고, 치료자를 마음대로 조정하려는 경향 등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의들은 말한다.
약물치료는 경계성 인격장애와 병행해 나타나는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한다. 치료는 최면으로 환자의 무의식을 해석하는 것보다는 현실에서 매일 경험하는 대인관계상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상담 치료가 원칙이다.
] 최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통상적인 치료법이 아닐 뿐 더러 경계성 인격장애 환자는 일상에서 대부분 자신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말하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별다른 필요성이 없다고 전문의들은 말하고 있다.
/ kioskny@fnnews.com 조남욱기자
/도움말=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윤세창 교수, 윈에듀클리닉·마음누리의 정찬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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