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국·정태수 前회장 경영일선 복귀 잰걸음

파이낸셜뉴스       2004.08.30 11:47   수정 : 2014.11.07 14:36기사원문



외환위기의 한파에 떼밀려 쓰러졌던 부실 그룹의 ‘오너들’이 최근 재기 의지를 다시 불태우고 있다. 옛 오너들은 채권단에 넘어간 회사를 되찾기 위해 신규 사업에 도전하거나 ‘백기사’를 통해 경영권 확보에 나서는 등 그룹 재건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에 재기를 노리는 옛 오너들을 찾아 그들의 사업 포부와 향후 사업계획 등을 상·하 2회에 걸쳐 다뤄본다.

신호그룹의 창업주인 이순국 전 회장은 최근 신호제지 출입이 잦아지는 등 대외 행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이 전 회장은 한때 ‘경영의 귀재’, ‘미다스의 손’로 불렸다. 신호그룹 창업주로 지난 77년 온양펄프를 인수해 제지업계에 발을 들여 놓은 후 90년대 초반까지 다양한 기업인수를 통해 신호그룹을 재계 24위까지 올려 놓기도 했으나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그룹 해체의 비애를 맛보아야 했다.

그런데 최근 이회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이회장이 워크아웃 돌입 직후에는 회사에 거의 나오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한달에 서너차례씩 들러 경영진과 회사매각 건 및 경영전반에 걸쳐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호제지의 관리인인 신추 사장과 막역하게 지내며 사실상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제지업계의 한 원로도 “‘야인으로 여생을 보내겠다’며 한동안 판교 자택에서 두문불출하던 사람이 최근 업계 거래처 관계자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회장이 왕성한 대외활동을 보이자 제지업계 일부에서는 그가 다시 그룹 재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특히 채권단의 신호제지 매각작업이 본격화하자 이회장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어 이같은 예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그는 얼마전 태경산업이라는 제지 원부자재 생산업체를 앞세워 신호제지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채권단과의 가격 조정 실패로 물거품이 됐다. 이후 구조조정전문회사(CRC)를 등에 업고 다시 인수에 나섰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구조조정 회사란 태경산업에 이어 신호제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아람컨소시엄으로, 10여곳의 신호제지 납품 거래업체들이 출자한 공동펀드다.

이에 대해 동종업체들은 “이회장이 출자 업체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동원해 인수자금을 대게 하고 나중에 회사가 정상화되면 갚는 식으로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람컨소시엄이 지난 19일 신호유화를 인수, 이회장의 그룹 재건설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결국 ‘아람 컨소시엄-협력업체-신호제지?^신호유화 인수-이순국 회장’으로 연결되는 특수관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이회장이 쌓아온 덕망과 신의를 고려할 때 이는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는게 업체들의 의견이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신호제지 채권단은 우선협상대상자인 아람컨소시엄측에 ‘이회장과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약속하라’는 내용을 매각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나섰다. 옛 오너가 아무리 결백하다 해도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이순국 회장에 이어 정태수 전 한보그룹 총회장도 재기를 위해 본격적인 행보를 전개하고 있다.

정회장은 오는 10월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 천연가스 개발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이와 관련, 한 측근은 “정 회장은 한보철강 매각 예비입찰에 응찰했으나 떨어진 이후 현재 서울 구로동 자택에서 3남인 정보근 한보 전 회장과 러시아 가스전 개발을 위한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추진하는 천연가스 사업은 과거 러시아 RP사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가스전 사업 공동 추진시 맺었던 합의서에 기재돼 있는 ‘사업 우선권 보장’ 조항을 근거로 한다.

이 조항을 통해 개발권을 따내고 국내 잔존법인인 동아시아가스공사를 통해 러시아 천연가가스 및 석유를 수입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정회장은 한보철강 인수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지난 6월 3일 뉴욕의 한 보험회사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한 은행 등을 잇따라 방문, 해외 투자자들과 접촉하는 등 자본금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해외 펀딩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동아시아가스공사 이용남 사장은 “정회장이 82세를 넘긴 나이에도 불구, 한보철강 인수를 위해 두바이 한 은행으로부터 5000억원 자금지원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아직 사업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라그룹 정인영 전 명예회장도 서울 잠실 시그마타워에 있는 한라건설 명예 회장실에 1주일에 1∼2회 출근, 경영전반을 챙기면서 그룹 부활의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정회장께서 85세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들인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의 자문역을 통해 옛 그룹 위상을 다시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대우 김우중 회장은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으며 지병인 심장병이 어느 정도 호전되면 귀국해 명예회복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 namu@fnnews.com 홍순재 윤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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