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동산 폭등의 후유증/양헌석 워싱턴특파원
파이낸셜뉴스
2004.08.31 11:47
수정 : 2014.11.07 14:35기사원문
최근 인구 유입이 많았던 로스앤젤레스 인근의 한 아파트. 입주 반년 만에 벽이 기울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입주자들은 올 겨울비에 집이 무사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주민대표회의는 건설회사를 상대로 정밀 안전진단과 하자보수를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고급 주택가로 꼽히는 맨해튼 비치의 신축 단독주택. 산사태 방지를 위해 설치한 뒷마당의 옹벽이 무너져 30만달러 이상의 수리비가 들었다. 집주인은 역시 건설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컨슈머 리포트가 신규 주택 구입자를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부실시공 비율이 현재 드러난 것만 해도 무려 100채 중 15채 꼴이다. 기초와 골조공사 부실로 벽이 갈라지고 문과 창문이 제대로 안 닫히는 집이 예상 밖으로 많아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JD 파워의 조사에서도 신규 주택의 하자는 100채 중 평균 13.72건에 달했다.
가장 심각한 하자는 기초와 벽의 균열이다. 땅이 평평하게 정지되지 않은 상태로 집을 올리다보면 벽이 똑바로 서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서 벽이 갈라지고 문과 창틀이 어그러진다. 통기구가 막혀 냉난방이 시원치 않거나 전기 배선이 불량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새 집의 하자는 대부분 건설회사의 부실 시공과 기술 부족, 그리고 싸구려 건축자재 사용에서 비롯됐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공기 단축에 따른 부실공사다. 주택 건설에서 조립 부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요즘 집 한채를 완공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은 고작 60일에 불과하다. 엄격하게 감리하는 일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대단지의 경우 건설회사가 많은 집을 동시에 짓는 만큼 꼼꼼한 현장 감독은 더욱 어렵다.
만성적인 주택난으로 건설 물량이 늘어난 반면, 숙련 노동력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특히 부동산 붐이 크게 인 대도시에선 배관공, 배선공과 지붕 전문가 등 숙련 인력이 태부족이다. 결국 경험 없고 의사소통도 잘 안되는 미숙련 인력이 투입되면서 부실 공사가 양산됐다.
건설업계의 비용 절감 노력도 하자 양산에 일조하고 있다. 지난해 건축 자재 가격이 폭등한 이후 일부 건설사들은 합판 대신 압축한 톱밥을 지붕 소재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품질이 떨어지는 신소재도 많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배관용 신소재인 폴리뷰틸렌은 최근 배관 누수로 인해 법정 싸움에 휘말려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관계 기관들도 공범이다. 안전 시공과 즉각적인 하자보수를 규정한 주택 건축 규정 시행에 늑장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하자보수의 책임이 우선 입주자에게 전가되고 있어 원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입주자들은 하자 증가에 따른 보험료 인상분까지 떠맡고 있다. 주택 보험료는 수해와 곰팡이 관련 소송이 급증한 지난 2000∼2001년 사이 20%나 뛰었다.
주택 건설사들도 함부로 던진 부메랑에 뒤통수를 얻어맞는 꼴이 됐다. 건설사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책임보험료가 최근 400%나 올랐고 소비자 집단 소송으로 배상 부담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부 건설사는 주택 분양 서류에다 소송에 앞서 중재를 거칠 것을 명시하고 있지만 소비자 소송은 줄어들 기미가 없다.
이러자 소비자 단체들은 주택 하자 보상법 제정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자동차 업계의 ‘레몬법’과 유사한 신규 하자보수법을 제정, 건설업자들이 하자보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택 소유주 연합의 낸시 시츠 회장은 “주택도 일반 상품과 마찬가지로 보증 기간과 하자보수 한도를 늘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가뜩이나 시들해지는 부동산 경기에다 봇물처럼 터지는 소송 때문에 미국 건설업체들은 울상이다. 부동산 폭등이 가져온 또 하나의 후유증이 어떻게 치유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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