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실적좌우,환차손처리 구멍

파이낸셜뉴스       2004.09.07 11:47   수정 : 2014.11.07 14:17기사원문



해운업체 A사의 지난 2002년 영업이익은 1812억원이었으나 경상이익은 2883억원에 달했다. 환율하락(원화값 강세)으로 달러로 받은 운임료에서 뜻밖의 이익이 났고 달러표시 부채가 줄어 막대한 외화환산 이익이 발생한 덕택이었다. 재무제표가 견실해 보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영업실적이 크게 호전되지 않았음에도 거액의 법인세를 납부해야 했다.

이 회사는 2000년에는 반대의 경험을 했다. A사는 2000년 1조2232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이 발생했으나 환율 상승으로 경상이익은 큰 폭으로 줄었다. 덕택에 빼어난 영업실적에도 불구, 단 한푼의 법인세도 내지 않았다.

한국선주협회 김영무 상무는 “해운업은 매출중 외화 비중이 99%에 달하는데도 원화로만 회계처리토록해서 환율의 하락과 상승에 따라 가공의 경상이익과 손실이 발생한다”면서 “해운업계가 막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2000년과 2001년에 외화환산 손실로 한 푼의 법인세를 내지 않은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흑자와 적자가 뒤바뀌는 외화환산=현행 회계기준에서는 해운업체가 빌린 달러표시 장기부채에 대해 현행 환율을 적용, 연말에 원화로 환산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변동에 따라 달러표시 부채가 증감하면서 손익계산서에 가공적인 환산손익이 발생한다.

해운업계는 거래의 대부분이 원화가 아닌 달러로 이뤄져 환율의 변동에 따른 민감도가 일반 기업보다 훨씬 적은 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 기업들에 적용하는 외화환산 기준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외화환산 손익으로 인해 재무제표에 환율변동의 영향을 과대 계상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결국 기업의 실질적인 재무상태와 영업실적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해운업체 선박자산(자산의 약 55%)은 장기외화 부채로 대부분 조달됐고 선박자산에서 창출한 외화영업 이익으로 외화부채 이자비용을 지불한다. 선박자산에는 과거의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환산손익이 발생하지 않고 장기 외화부채에만 현행 환율을 적용해 환산손익이 발생한다. 해운업계에서는 선박자산과 장기 외화부채가 서로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는 1대 1 대응 항목으로 보고 장기 외화부채에 대한 가공의 환산손익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의 장기부채 환산차손 처리=프랑스와 뉴질랜드는 외화표시 장기부채에서 발생한 외환차손을 이연했다가 이 자금으로 취득한 자산에서 미래현금흐름이 발생할 때 상각하거나 장기부채의 환산차손을 인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오는 2005년 이후 유럽연합(EU) 및 남아프리카에서 적용될 예정인 국제회계 기준과 이스라엘, 영국 등은 기능통화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능통화가 미국 달러화인 경우 달러표시 부채로 조달한 자금으로 고정자산을 취득하면 자산·부채가 모두 일단 미화로 표시되어 있다가 결산일에 결산환율을 적용해 보고통화인 원화로 환산되므로 환산손익이 발생하지 않게 된다.

캐나다, 네덜란드, 필리핀 등은 외화표시 장기부채의 환산차손을 조건 없이 이연 후 상각처리하고 핀란드는 환산차손이 실현될 때까지 무조건 이연해서 처리한다. 미국과 핀란드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고정자산의 재평가를 허용하고 있으며 홍콩과 멕시코는 선박 등을 외화로 차입해 구입한 경우에는 해당 자산도 결산일 환율을 적용한다.

◇결산일에 보고통화인 원화로 환산=아주대 한봉희 교수는 외항해운산업의 가공적인 환차손익을 막기 위해 외화로 구입한 자산과 외화 조달 부채, 외화 발생 수익과 비용은 기능통화로 기록하고 결산일에 보고통화인 원화로 환산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외항해운업체는 형식적으로는 내국법인이지만 영업활동의 주요 무대가 국외이고 영업, 투자 및 재무활동의 주요 거래통화가 미국 달러다.


따라서 외항해운업체의 환산손익 회계처리에는 미국 달러를 기능통화로 간주하고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에 현행 환율을 적용하는 방법이 국제회계 기준과 맞다고 한교수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회계연구원은 이같은 방안대로 해운업체의 회계 기준을 개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회계연구원 정기영 원장은 “회계 기준 사용자인 기업들이 겪는 애로사항을 감안, 산업별 회계 기준을 새로 제정할 방침”이라며 “그러나 회계 기준의 국제화 추세를 감안, 산업별 기준은 비상장·비등록 기업에만 적용되고 상장·등록사는 국제 기준에 맞춘 현행 회계 기준서를 채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 mchan@fnnews.com 한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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