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매장 시선끌기 ‘위치의 전략’

파이낸셜뉴스       2004.12.15 12:14   수정 : 2014.11.07 11:16기사원문



삼성 촌락이 돌연 술렁거렸다. 오성이 외딴 섬에 은둔했기에 망정이지…. 삼성과 LG, 그리고 쿠쿠는 놀란 가슴을 한참이나 쓸어내렸다. 그렇다고 오성이 인적 드문 오지에 박혀 있다지만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오성의 권토중래(捲土重來)가 예사롭지 않아서다.

같은 시각 오성 촌락. 진객들이 삼성 촌락에 쏠리는 연유를 도시 알다가도 모를 일…. 안달이 났는지 오성은 물방울을 잘개 쪼개 허공에 연방 흩날렸다. 팔짱을 지르고 있던 웅진과 동양도 안달나기는 마찬가지. 눈알을 이리저리 부라려도 삼성 촌락의 문전성시 묘책은 안개속이다. 급기야 이들 삼총사는 서로 머리를 맞댔다.

서울 시내 모백화점 9층 가습기매장. 상·하행선 에스컬레이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좌우 양편에서 운무가 모락모락 피어난다. 한 곳은 삼성·LG·쿠쿠가 집성한 삼성 촌락에서 피어나는 운무이고, 또다른 한 곳은 오성·동양·웅진이 터잡은 오성 촌락에서 모락거리는 운무. 풍경은 엇비슷하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영 딴판이다. 삼성 촌락은 진객들로 문전성시로 즐거운 비명인 반면 오성 촌락은 오매불망 목이 빠진다.

터가 좋지 않은 탓인지…. 오성은 에스컬레이터를 응시하다 혀를 내둘렀다. 에스컬레이터 정류장은 8층과 9층을 오르내리는 상·하행선 2곳으로 서로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다. 10층 상·하행선은 빨간 띠로 모두 폐쇄해 9층이 에스컬레이터 종착역인 셈. 상행선을 타고 9층 문턱에 올라 오른쪽으로 90도 꺾어 돌면 오성 촌락, 반대편 왼쪽으로 90도 꺾어 돌면 삼성 촌락. 에스컬레이터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삼성 촌락과 오성 촌락이 서로 대치해 들어선 형국이다.

문제는 진객들의 행방. 상행선을 타고 9층 문턱에 들어서면 진객들은 오른쪽으로 가려다가도 어김없이 왼쪽으로 빠진다. 거의 예외가 없다. 이곳 백화점 상행선은 오른쪽을 동선으로 잡아 릴레이식으로 에스컬레이터가 작동한다. 하행선은 그 반대로 왼쪽이 동선. 상행선 발길은 동선을 그려내는 오른쪽으로 자연 쏠리게 돼 있다. 그러나 이게 웬 일인가. 10층 상행선이 온종일 폐쇄돼 가로막혔으니 발길은 자연 왼쪽으로 돌릴 수밖에. 오성으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다.

쇼핑환경도 강하게 작용했다. 오른쪽 오성행은 매장의 끝점. 공간이 여의치 않으니 볼거리도 빈약해 썰렁하다. 반면 왼쪽 삼성행은 쇼핑의 출발점. 탁 트인 공간에 다채로운 가전제품 세일행사로 쇼핑재미 그 자체다. 그러니 시선집중은 왼쪽이다.
더욱이 삼성 촌락을 거쳐 아래층으로 내려가자면 곧장 하행선 에스컬레이터에 이른다. 오성 촌락은 숨바꼭질하듯 하행선 에스컬레이터 옆면에 바짝 붙어 아예 눈에 띄지도 않는다.

백화점 매장에도 인간의 감각을 자극하는 쇼핑 과학이 숨겨져 있었다니! 비타민 필터(WH-2301MW 월텍 비타플러스 가습기)로 공전의 히트를 꿈꾸는 오성으로서는 땅을 칠 노릇이다.

/ joosik@fnnews.com 김주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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