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철수에 담긴 경고 메시지

파이낸셜뉴스       2005.07.14 13:30   수정 : 2014.11.07 16:33기사원문



덴마크의 세계적 블록 완구업체인 레고(Lego)가 한국 공장(경기도 이천)을 폐쇄키로 결정했다. 종업원 80여명에 연간 매출 296억원이라면 규모면에서 큰 기업은 아니지만 한국 진출 21년 만에 공장을 폐쇄한 데 따른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레고의 ‘한국 이탈’이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점에서 그 충격은 더욱 크다. 이천과 여주 일대에 건설하려던 레고그룹의 테마파크가 당국의 허가를 얻지 못해 홍콩으로 옮겨간 것이 ‘한국 이탈’의 신호가 된다. 레고그룹은 한국 공장을 폐쇄키로 한 것은 ‘글로벌 구조조정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직접적인 원인은 높은 인건비와 잦은 노사 분규에서 찾아야 한다. 이는 한국 제조업의 환경 자체가 ‘글로벌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읽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의 한국 철수가 최근 들어 늘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3월 한국와이어스가 군포 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한국 릴리는 화성공장을,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안산공장을 국내 기업에 매각했다. 이들이 생산라인을 폐쇄한 까닭은 ‘높은 인건비와 잦은 노사 분규’다.

실제로 최근 3년간 한국의 시간당 보수는 홍콩, 대만의 두배가 될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0년의 시간당 보수 비용을 100으로 했을 때 2003년의 경우 한국은 279.0으로 2.8배나 증가한 반면 홍콩은 1.7배, 대만은 1.5배에 지나지 않는다. 국내 제조업도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 중국,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기고 있는 현실에서 ‘기업환경’에 보다 민감한 다국적 기업의 한국 철수를 막기는 쉽지 않다.

한편에서는 외국 자본과 다국적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는 데 다른 한편에서는 이미 유치한 기업이 철수하고 있는 것은 이율배반적 현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신규 유치도 중요하지만 ‘철수’를 막는 것 또한 시급한 과제다.
이 두가지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기업하기 좋은 환경’부터 조성해야 함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정책의 신뢰성 결여와 각종 규제가 높은 인건비와 잦은 노사 분규 못지 않게 기업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정부가 솔선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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