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04년 발생한 '강서 아파트 장롱 살인사건'의 전말이 재조명됐다.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은 놀이터에서 확보한 결정적 진술 덕분에 해결됐으며, 범인은 피해자 어머니의 연인으로 밝혀졌다.
지난 26일 방송된 티캐스트 E채널 예능프로그램 '용감한 형사들4' 방송은 2004년 6월 서울 강서구에서 일어난 해당 살인사건을 다뤘다. 천형길 인천경찰청 112상황팀장과 윤외출 전 과학수사대(KCSI) 경무관이 출연해 당시 수사 상황을 전했으며, 배우 이준과 서범준도 게스트로 자리했다.
사건의 시작은 한 중년 여성의 112 신고였다.
발견 당시 피해자는 하의와 속옷을 입지 않은 채 긴 티셔츠만 걸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검 결과 신체에서 타액이 검출됐으나 정액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살해 직전 저항한 흔적은 확인됐으나 범인을 특정할 결정적 단서는 부족했다. 다만 피해자의 손톱 밑 혈흔에서 남성의 유전자정보(DNA)가 나왔다는 점이 확인됐다.
경찰은 탐문 수사를 벌여 피해자의 집을 오간 남성을 추적했으나, 주민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용의자 특정에 난항을 겪었다.
수사의 실마리는 뜻밖의 장소에서 풀렸다. 피해자 자택 베란다 맞은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면 집 내부가 보인다는 사실을 파악한 경찰은 아이들을 상대로 탐문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아버지로 보이는 남성을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그러나 피해자의 어머니는 오래전 이혼한 상태였다.
경찰의 추적 끝에 검거된 범인의 정체는 어머니의 남자친구였다. 그는 수사망이 좁혀오자 연락을 끊고 잠적했으나, 형사들은 그가 자주 방문하던 사찰에 스님으로 위장 잠입하는 등 끈질긴 추격 끝에 그를 붙잡았다.
DNA 대조 결과가 일치했음에도 남성은 끝까지 범행을 부인했으며, 재판은 3심까지 이어졌다. 법원은 최종적으로 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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