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한 없는 자의 절규
파이낸셜뉴스
2006.01.18 14:16
수정 : 2014.11.07 00:30기사원문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는 말로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지강헌 사건(1988년)을 스크린으로 옮긴 ‘홀리데이’(감독 양윤호·제작 현진시네마)가 19일 개봉된다. ‘홀리데이’라는 제목은 서울 북가좌동에서 최후의 인질극을 벌이던 지강헌이 경찰에 요구했다고 해 유명세를 탔던 팝그룹 ‘비지스’의 히트곡에서 따왔다.
18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지강헌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영화 ‘홀리데이’가 100% 실화로 구성된 것은 아니다. 이순열 현진시네마 대표가 “실재와 허구의 비율은 8대2 정도”라고 밝힌 것처럼 상당 부분이 영화적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이성재가 연기한 지강혁과 대척점에 놓여있는 김안석(최민수 분) 역시 영화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지강혁 일당을 뒤쫓으며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악랄한 교도소 부소장 김안석은 극단적인 대결을 통해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낸 악역이다. 김안석 역의 최민수는 사악한 뱀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있는 이 역을 예의 카리스마를 통해 무리없이 소화해냈지만 리얼리티라는 측면에서 보면 영화의 현실성을 깎아먹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강혁 일당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집을 쳐들어가려 했다는 설정 역시 허구다. 560만원을 훔친 혐의로 17년 이상 감옥살이를 해야했던 지강헌이 당시 수백억원을 횡령하고도 형 집행정지로 감옥을 걸어나온 전직 대통령 친인척 비리사건에 격분, 탈주를 결심했다는 정황을 근거로 이 장면을 삽입했다고 제작진은 설명했다. 이들이 탈주 후 인질들에게 최대한 신사적으로 대했으며 최후의 인질극을 벌인 서울 북가좌동이 연희동 근처라는 사실도 이같은 유추에 힘을 보탰다.
지강혁이 감옥에 가게 되는 이유도 사실과는 사뭇 다르다. 지강헌은 절도로 수차례 감옥을 드나들었고 17년형을 선고받은 것 역시 절도 혐의였으나 영화에선 삶의 터전이나 다름없는 무허가 판자촌이 철거당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폭력사건으로 수갑을 차는 것으로 돼 있다. 또 현실 속 지강헌은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이지만 영화 속 지강혁에게서는 신사적인 느낌과 지적인 풍모까지 느껴진다. 지강혁의 이러한 반영웅적 면모는 “지강혁을 연기하기 위해 정신적으로 지강헌을 내 공간에 담아두려 했다”고 고백한 영화배우 이성재의 노력과 이미지 덕분이다.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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