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석손동양화가…‘꽃과 나비’로 한국채색화 맥을 잇다
파이낸셜뉴스
2006.05.16 14:51
수정 : 2014.11.06 05:53기사원문
“한없이 고민하고 또 수없이 생각한다.”
서울 송파 가락동 작업실에서 만난 한국화가 곽석손씨(58·군산대 교수·전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그는 대작을 마무리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곽교수는 지난달 18번째 개인전을 마쳤다.
“전시장에선 냉정해집니다. 그렇게 치열하게 그렸건만 벽에 걸린 작품을 보면 미완성의 아쉬움과 완성의 만족감을 동시에 느낍니다.”
곽석손은 한국화의 전통 채색화 기법의 계보를 잇는 대표작가로 손꼽힌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꽃밭을 노니는 나비다.
■꽃을 찾아다니는 나비
그는 왜 ‘꽃과 나비’를 주로 그리는 걸까. 꽃과 나비를 그리기 이전에는 탑을 테마로 한 비구상 작품이었으며 그것은 어떤 물체가 쌓여 있는 형상이었다. 물론 그때도 잠자리, 나비, 물고기 등이 등장했다.
“어느 순간 어릴 때 시골에서 본 배추흰나비와 호랑나비가 떠올랐고 그 동심으로 돌아가니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고 즐거움을 느꼈지요.”
선명한 나비가 꽃을 찾아가는 모습을 하고 있는 작품들. “활짝 핀 꽃을 찾은 나비의 마음을 상상해 봅니다. 나비가 된 그 순간은 기다림·즐거움·설렘 등으로 내 자신마저 경쾌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래서 작품 제목도 신명나는 ‘축제’이지요.”
지난달에 선보인 작품은 한결 담백해지고 간결해졌다는 평가다. 나비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새봄에 나오는 나비는 시작을 알리고 불교에서의 나비는 환생과 윤회의 상징이다. 나비를 통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은 작가의 바람이다.
■한국채색화 맥을 잇다
“삼합지 장지를 사용합니다. 닥의 섬유질 성분이 많은 삼합지에 아교와 백반을 섞어 바탕을 칠하기를 여러 번, 그 위에 다시 호분(조개껍질가루)을 엷게 몇 번을 올리고서야 기본 화면이 완성됩니다.”
이러한 바탕작업이 작품의 중첩된 두께감과 깊은 여운을 되살려 은은함을 자아낸다. “공을 얼마나 들였나 하는 점이 채색화의 관건입니다. 순식간에 만든 작품은 깊이감이 없지요.” 그래서 그는 편리한 오브제 대신 전통적인 재료만을 고집한다. 작품의 변질여부와 보존성까지 고려한다.
홍익대 재학시절 한국 채색화의 거목인 천경자·박생광·조복순 선생에게서 배운 기법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그를 현대 채색화의 새로운 대안으로 맥을 잇고 창출해 가는 작가라고 평가한다.
내후년 환갑을 앞두고 있다며 내심 욕심을 내비쳤다. 월전 장우성 화백에게서 문인화를 배웠다는 그는 “당시 월전 선생이 화선지에 붓을 쓰는 모습에서 마치 대리석을 예리한 칼끝으로 깊이 파들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며 언젠가 문인화도 발표해 보고 싶고 “지금과는 또 다른 ‘곽석손표 나비’를 창출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작품값은 10호 내외까지 호당 40만원, 30호는 1000만원선이다.
/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약력 △58세 △대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개인전 18회 △현대 한국화회 부회장 △국립현대미술관 운영 자문위원 △ 청와대 미술품 설치 자문위원 △한국미술품 감정협회 회장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전북 도립미술관운영 자문위원 △정수회 운영자문위원회 명예위원장 △국가 보훈문화예술협회 자문위원 △한국 교육미술협회·학회 고문 △대한민국 회화대전 운영위원장 △대한민국 신조형 미술대전 심사위원장 △국립군산대학교 예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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