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구연월문동요/이인욱 정치경제부 차장
파이낸셜뉴스
2006.06.02 15:12
수정 : 2014.11.06 04:55기사원문
‘집권여당 사상 최대 참패’ ‘한나라당 압승’
이는 5·31 선거 결과를 일제히 보도한 국내 언론의 제목이다.
이는 정당을 선택하는 비례대표 광역의원 투표에서 한나라당이 사상 최대 표 차인 600만 표나 앞섰기 때문이다.
또한 언제나 여야가 팽팽한 접전을 벌여온 수도권에서 한나라당이 35% 이상 앞서는 등 수도권이 오히려 영남과 함께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부상했기에 더한 것이다.
이번 선거 결과의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노무현 대통령이 통합보다는 배제의 리더십을 지향한 데 따른 국민의 실망감을 꼽고 있다. ‘개혁 피로감’에 따른 국민여론의 보수화 등도 한몫을 했다는 게 공통의 진단이다.
고려 중기 이곡 선생은 그의 시문집인 ‘가정집’에서 “천명은 지혜로 구할 수 없고 민심은 힘으로 얻을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여당은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또 조선 중기 문신 이준경 선생은 그의 ‘동고집’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민심을 얻는 것보다 더한 게 없고 치세에는 민심을 순하게 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게 없다”했다. 여당은 대선 준비가 아니라 떠난 민심을 찾고자 하는 ‘민생정치’부터 챙겨야 할 것이다.
더욱이 이번 결과는 결코 여당에 대한 심판이지 야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나 성원이 아니기에 한나라당은 더욱 고민해야 한다. 특히 한나라당은 A E 스티븐슨이 1952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추대되면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나라를 통치하는 일이다. 그것이 정당에 주어지는 시험이다”고 한 뜻을 새겨 볼 시점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 선거철마다 국민을 표로서 보기에 앞서 언제나 민심을 두려워하고 떠받들면서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의 ‘백성의 음성은 신의 음성이다’는 메시지를 기억해야 한다.
민심은 천심이다. 또 국민은 여야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을 펼치는 정당을 선택할 뿐이다.
국민은 강구연월을 이뤄낼 수 있는 정당과 함께 콧노래 부를 수 있는 바로 그날, ‘강구연월문동요(康衢煙月聞童謠)’의 그날을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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