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퇴직연금 ‘노조반대’에 가입률 3.7%
파이낸셜뉴스
2007.01.09 17:33
수정 : 2014.11.13 18:19기사원문
정부 공공기관의 퇴직연금 가입이 노조반대와 제도 인식 부족 등으로 겉돌고 있다.
9일 노동부가 발표한 퇴직연금제 도입 현황에 따르면 공공기관 총 451개 가운데 지난해 말 현재 가입한 곳은 17곳으로 전체의 3.7%에 머물렀다. 100개 공기업 가운데 4개꼴에도 못 미치는 가입 수준이다.
일부에선 세제혜택 부족 등 정부의 의지 부족으로 시행 1년이 지났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기업 가입률 3.7% 수준
지난해 말까지 정부가 해마다 경영평가를 하는 공기업 14곳 가운데 퇴직연금에 가입한 공기업은 한국조폐공사, 대한석탄공사, KOTRA, 한국석유공사, 한국관광공사, 대한광업진흥공사 등 6곳이다.
기획예산처가 고객만족 경영평가 때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가산점을 주겠다는 ‘당근’을 주었지만 가입 공기업은 여전히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특히 기획예산처가 분류한 318개의 공공기관과 행정자치부의 133개 지방공기업을 합한 총 451개의 공공기관 가운데 퇴직연금을 도입한 곳은 17곳, 3.7%에 불과하다.
한국전력을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농촌공사, aT(농수산물유통공사) 등 대규모 공기업이 퇴직연금 도입을 결정하지 않았고 지방 공기업도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다.
■노조 반대와 회사의 미온적 대응
이처럼 대규모 공기업과 정부산하 공기업들이 퇴직연금 가입을 머뭇거리고 있는 배경은 무엇보다 노조의 반대와 회사측의 미온적인 대응, 정부의 세제혜택 부족 때문이다.
각 공기업과 개별기업 노조들의 상급단체인 노총이 퇴직연금제 시행을 반대하고 있고 회사측도 노조측과 갈등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노조와 회사측간 논의자체가 어렵다.
대규모 공기업 노조들은 한발 더 나가 퇴직연금제도 가입 ‘절대 불가’ 방침을 굳힐 태세다.
한국전력 박흥근 노조 정책국장은 “지난해 가입을 전면 거부키로 공동합의했던 일부 공기업의 경우 사측에 굴복, 억지로 제도를 도입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가입한 일부 공기업도 한마디로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입했다는 것. 김주영 노조위원장은 “경영평가 인센티브만으로 퇴직연금 도입을 강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강조했다.
공기업 등 개별 기업이 퇴직연금제도에 가입하려면 근로자대표의 동의를 얻어 퇴직연금 규약을 작성해 노동부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H증권 퇴직연금 담당자는 “회사측이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노조측과의 이슈화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정부산하법 적용을 받는 88개 공기업들도 퇴직연금 가입을 경영평가에 반영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세제혜택 등 검토해야
일부에서는 오는 2010년까지 기존 퇴직급여제도(개인연금)와 퇴직연금제도를 병행할 수 있는 시한을 단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시행 초기부터 홍콩이나 칠레처럼 퇴직연금제도를 의무화하지 못했지만 의무화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당장 제도자체를 바꾸진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가입 공기업이나 해당 기업의 세제혜택을 늘리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퇴직연금제도가 근로자들의 자본으로 운용되는 만큼 근로자들에게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거나 퇴직연금 가입기업에 세금혜택을 주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
예를 들어 현재 퇴직연금 가입 근로자들은 퇴직연금 부담금의 소득공제 한도가 개인연금 부담금과 합해 연 300만원이다. 이는 개인연금 부담금 240만원에서 고작 60만원이 늘어난 것. 따라서 가입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득공제 혜택을 대폭 늘리거나 개인연금과 분리해서 소득공제 항목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퇴직연금 미가입 기업의 경우 기존 퇴직금 적립금의 35%까지 정부가 비용처리해주고 있지만 앞으로 해마다 5%씩 줄여 불이익을 주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당근이 아닌 채찍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유인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보다는 가입 기업의 법인세 감면 등 실질적인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동부 관계자는 “퇴직연금 유형 다양화 등 중장기적인 제도개선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기존 퇴직연금제도의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dpark@fnnews.com 박승덕 김대희 홍창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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