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물 산업/윤주환 환경기술정책연구소장
파이낸셜뉴스
2007.03.28 20:52
수정 : 2014.11.13 14:00기사원문
21세기 들어 물을 다루는 산업의 성격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지금까지 물은 생존에 필수적인 재화로서 국가가 공급하는 공공재로 여겼지만 이제는 순환되는 자원이자 산업적 경영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간기업이 물 공급을 담당하는 비율이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에서 40%를 넘어가는 게 단적인 예다.
제15회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전세계적인 물 위기에 대한 언론보도를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다행히 물이 부족해 경제발전이 제한되는 물 부족 국가는 아니다. 그러나 비는 여름철에 집중되고 산악지대가 많아 내린 비가 단시간 내 바다로 유출되므로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 불리하다. 또 기후 변화에 따라 갑작스러운 큰비나 지역적 가뭄으로 물 수급에 불균형이 생기는가하면 도시화로 불투수면이 증가하면서 지하수가 줄어들고 하천이 말라가는 등 물의 자연스러운 순환구조가 깨어지고 있다. 이렇게 끊어지고 오염된 물 순환을 복원해 생태적인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급히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통상 물 산업은 용수를 공급하고 하수 및 폐수를 처리하는 서비스 산업을 의미하는데 물의 흐름에 따라 세가지 분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상수도 분야를 제1의 물 산업이라고 한다. 생활용수 및 공업용수 등을 공급하는 산업으로 근대화와 함께 가장 먼저 시작된 물 산업이다. 상수도의 안정적 공급과 위생적 수질의 확보를 위해 주로 공적인 영역에서 관리하고 있었으나 최근 민간의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 제2의 물 산업은 하수처리 분야를 일컫는다. 생활오수 및 산업폐수 등으로 환경오염이 심화되면서 이를 적절히 처리하기 위한 산업이 발전하게 되었으며 우리나라도 90년대부터 중점적으로 하수처리 시설 확충을 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하수처리는 아직 공공기관이 관여하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는 첨단기술과 경영기법을 사용하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민간 주도형으로 이미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66억t의 하수가 생기고 그중 6.9%인 4억6000만t을 하천유지용수나 농업용수로 재이용하고 있는데 오는 2015년까지 발생하는 하수의 약 20%(12억4000만t)을 재이용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하수 재이용 분야가 산업으로 활성화되면 약 4000명 이상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환경부는 추산하고 있다. 정체된 기존 상하수도 분야에 첨단기술과 경영개념이 도입됨으로써 물산업 전체가 동반성장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제3의 물 산업은 산업 측면 이외에 우리 물 순환계의 건전성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재이용 가능한 잉여 수자원을 사용하므로 기존 수자원에 대한 의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재이용 과정에서 하천에 대한 오염 부하를 자연스럽게 삭감하게 되므로 하천 생태계의 복원 효과도 크다.
그러나 제3의 물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제도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기존 상하수도 분야는 규제 위주로 돼 있어 우리 물 환경의 질 향상과 물 산업으로서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제3의 물 산업에는 첨단기술뿐 아니라 많은 자본이 소요되므로 민간의 창의성과 경영 효율성의 도입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물 산업이 기술과 자본을 축적해 물이 부족한 국가에 진출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제3의 물 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물 환경도 보전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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