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갈수록 지능화

파이낸셜뉴스       2007.04.15 17:40   수정 : 2014.11.13 13:18기사원문



H씨는 자신의 현금 30억원을 자녀에게 증여했다. 증여 금액의 50%에 해당하는 증여세(15억원)를 내야 하지만 절반 수준인 9억원대로 줄였다. 이른바 로또 고액 당첨자의 복권을 구입, 50%의 증여세 대신 33%의 소득세만 내 6억원의 세금을 줄인 것이다. H씨가 이같은 방법을 동원한 데는 현행 세법상 부인 3억원, 성인 자녀 3000만원, 미성년자 1500만원씩을 10년 동안 나눠 증여할 경우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기간이 너무 길어 로또 복권 당첨 구입자를 통해 증여를 한 것이다.

또 P씨도 5000만원 이상 거래할 경우 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토록 하는 자금세탁 금지법을 악용, 거액의 돈을 작은 돈으로 나눠 돈 세탁을 하다 적발됐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당국에 적발된 자금 세탁방법이 갈수록 지능화되면서 차명계좌, 대포통장이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어 금융실명제를 무색케하고 있다.

15일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말 종합소득세 확정신고일이 다가오면서 이같은 불법적이고 탈법적인 자금세탁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 적발된 금융 혐의거래는 지난 2005년 말 1만3459건에서 2006년 말 2만4149건으로 80% 가까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은행의 자금세탁이 2만3522건으로 9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2002년 이후 2006년까지 전체 혐의거래 4만4307건 중 자금세탁 혐의자 발견도 1131건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K씨는 부인에게 3억원의 재산을 넘겨주는데 증여세를 한푼도 내지 않았다가 나중에 적발돼 과태료까지 부과받았다. 하지만 K씨는 1∼2년에 걸쳐 고액수표를 소액권 수표로 교환하거나 차명 예금 계좌, 대포통장 개설 방법을 활용, 신원 파악이 어려운 노숙자를 통해 자녀에게 증여를 했다. 이로인해 증여금액의 20%인 9000만원의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 1억원 미만 10%, 5억원 미만 20%, 10억원 미만 30%, 30억원 미만 40%, 30억원 이상 50%의 증여세 부과 법망을 교묘히 빠져 나간 것이다.

K씨가 동원했던 수법은 1억원 수표 1장짜리를 100만원권 수표 100장이나 10만원권 1000장으로 나눠 여러 사람이 기명날인 하도록 해 여러 은행 점포나 여러 금융기관을 활용해 현금으로 바꾸는 자금세탁 방법이었다.

이처럼 불건전한 금융거래와 돈 세탁은 전자상가나 백화점, 경마장, 도박장 등 금융감독의 사각지대를 통해 활용되고 있다. 즉 헌 수표로 바꿔치기 하는 수법이 대표적 사례다.

수표를 입금하고 현금인출 후 타인 명의로 수표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자금출처를 은폐하기도 하며 대출자금과 범죄자금을 서로 교환하고 대출금을 조기상환하는 방법으로 자금 추적을 따돌리기도 한다. 신규 예금계좌를 계속적으로 개설하고 해지 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금 추적을 교란하는가 하면 가정부나 파출부, 비서 등의 명의를 이용해 차명계좌를 개설하는 수법도 동원되고 있다.

수표를 사채업자에게 지급하고 사채업자가 보관하고 있는 다른 수표로 교환해 현금화하거나 금은방을 돌아다니면서 귀금속을 구입한 후 재 매각하는 방법도 자주 등장한다.

이어 거액을 인출해 다수의 계좌에 분산 송금하고 수표와 현금 출금 후 시차를 두고 입금하는 방법으로 자금출처를 희석시키는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번에 거액을 출금하지 않고 오전, 또는 오후 서로 다른 지점을 돌아다니면서 현금으로 분산 출금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이같은 자금세탁 유형은 사전 예방이 어렵고 사고가 터지고 난 다음 발견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부동산 구입 등 해외투자가 자유화되면서 유학자금, 해외부동산 구입자금 용도로 해외 송금 후 국내로 재입금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법인은 해외 법인 계좌나 페이퍼 컴퍼니 계좌를 이용하고 있어 이의 근절책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neths@fnnews.com 현형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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