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춘투없는 노동계 새역사 쓴다
파이낸셜뉴스
2007.06.11 17:20
수정 : 2014.11.05 13:10기사원문
매년 홍역처럼 앓던 노동계 파업, 이른바 춘투라고 불릴 정도로 당연시 여겨지던 노동계의 악순환이 변하고 있다. '샌드위치 위기론' 등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예년과 같은 소모적이고 투쟁일변도의 노조활동에서 벗어나 상생의 길을 도모하고 있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이에 '2007 노사동행의 원년' 기획을 통해 생산적 노사관계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고 지난해 출범한 산별노조의 건강한 착근을 위해 선진노조의 경험을 반추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노동계가 조용하다.
대신 자발적인 임금동결과 영구 무파업 선언 등 노사간 상생을 위한 결정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이전과 같은 투쟁적이고 소모적인 노조활동으로는 노사 모두가 공멸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강경 노선 일변도였던 노동운동이 올해를 기점으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11일 노동부 노사조정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새롭게 발생한 노사분쟁 건수는 22건(합법·불법 포함)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발생했던 노사분쟁 37건에 비해 15건(40.5%)이나 줄어든 규모로 2000년대 들어 가장 적은 수의 노사분쟁 건수다. 특히 지난 2004년 노사분쟁 발생 건수가 145건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2년여 만에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노사분쟁이 발생한 기업도 대기업은 현재 노사분규가 진행 중인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 등 4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상시 근로자 1000인 이하의 규모가 작은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대신 노사화합의 차원을 넘어서 노사동행을 의미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노사화합 선언은 이제 별다른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동국제강 등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노사화합을 선언한 업체는 무려 132건에 달했다.
지난 2004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은 후 모범적인 노사관계를 보여 주고 있는 GS칼텍스는 지난 3월 임금동결에 합의했고 한일합섬은 같은 달 단체교섭권을 사측에 전면 위임했다. 또 남양유업과 휴비스는 각각 임금 무교섭 타결을 이뤄냈고 E1은 단체협약 무교섭 타결을 이뤄냈다.
항구적인 무분규를 선언하는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4월 코오롱이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한 지 두 달 만에 SKC가 지난 8일 최신원 회장과 박장석 사장, 충남 천안·경기 수원·울산사업장 노조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여 항구적 무분규 선언을 했다.
최근의 이 같은 노사간 움직임은 국내 기업이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 기업과 기술력이라는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기업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샌드위치 위기론’이 대두되는 등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노조원들의 정치적인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우호적이지 않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노동부 노사관계조정팀 한 관계자는 “노사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 변하면서 노사분규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기다 정치적인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는 점도 한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기반을 잡아가고 있는 ‘노사상생’ 기조가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는 오는 25∼2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를 위한 정치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했고 비정규직 법안을 놓고 예리한 각을 세우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투만 큰 무리 없이 넘긴다면 올해가 ‘노사상생’을 넘어 노사가 함께 가는 ‘노사동행’으로 전환될 절호의 기회를 맞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확산되고 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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