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와 디지털 프린트를 구분할 수 있나요?
파이낸셜뉴스
2007.10.08 14:03
수정 : 2014.11.04 22:38기사원문
“디지털 프린트를 수십만원씩 판매하는 것은 양심에 털난 겁니다.”
지난 3∼7일 열린 제3회 서울국제판화·사진아트페어(SIPA 2007)에서 만난 판화공방 P대표. “일반 관람객이 모른다고 해서 디지털 프린트를 판화라고 판매하는 것은 사기”라며 눈살을 찌푸렸다.
서울 서초동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SIPA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유일의 판화·사진전문 아트페어다. 올해는 중국 미국 일본 등 14개국 70여개 화랑과 판화 공방이 참여했다. 국내 외 400여 작가들의 판화 1200여점과 사진 800여점을 선보여 수많은 판화와 다양한 기법을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부 갤러리에서 내놓은 작품은 판화라고 하기엔 질이 크게 떨어졌다. 슬라이드 원판 필름을 컴퓨터로 스캔받아 디지털 프린트 한 것도 내걸고 있었다.
가짜·진짜 판화라고 따져보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물론 디지털 프린터 기법도 넓은 의미에서 판화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 작품의 질적 수준이나 가치 판단은 달라야 한다.
먼저 주의 깊게 살펴보면 판화와 디지털 프린터의 인쇄물과는 질감부터 다르다. 오리지널 판화는 판화공방에서 일일이 수작업을 거친다. 색감의 도수에 따라 겹겹이 올라간 잉크작업 공정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 디지털 프린터는 원화를 디지털 사진으로 찍어 판화용지에 프린터한 ‘한 겹 인쇄’다.
그런데 문제는 이 디지털 프린트물이 판화작품처럼 에디션 넘버링과 사인이 버젓이 되어 있어 소비자들에게 커다란 혼란을 준다는 점이다.
전문 판화공방 관계자들은 “작가의 양심 문제”라고 지적한다.
화랑에서 디지털 프린트로 찍은 작품에 사인을 하지 않거나 처음부터 서로 구분해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비양심적인 문제는 디지털 프린트의 경우 제작비가 장당 최대 1만∼2만원이면 찍어내는 것을 50장∼100장으로 에디션을 만들어 수십만∼수백만원에 판매하는 것은 화랑의 상도의상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전문판화공방 관계자들은 “2∼3년 전부터 디지털 프린트가 판화처럼 눈속임을 하고 있다”며 “디지털 프린트를 찍어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회화작품을 디지털 프린트 기법으로 제작해 고가로 판매하는 행위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아트페어 운영위관계자는 “디지털 프린트를 내걸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주의를 줘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이건 디지털 프린트입니다”라고 양심선언하기 전엔 구분이 힘들다.
그렇다면 관람객의 몫이다. 이젠 ‘루페(확대경)를 들고 그림을 꼼꼼히 관찰하는 수밖에….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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