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만 마시면 ‘깜빡 깜빡’..비타민B 드세요
파이낸셜뉴스
2007.12.05 23:24
수정 : 2014.11.04 15:44기사원문
30대 후반 김모씨는 요새 술만 마셨다 하면 전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12월에는 송년회 약속이 계속 잡혀있어 더 걱정이다. 날씨도 추운데 길에서 정신을 잃고 있으면 안좋은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름이 끊겼어요
술을 마신 후 소위 ‘필름이 끊긴다’고 말하는 블랙아웃 현상은 기억상실증과는 다르다. 필름절단 현상은 알코올이 대뇌의 측두엽 해마부분에 직접 영향을 미쳐 뇌의 정보 입력, 저장, 출력과정 중 입력과정에 이상을 일으킬 때 발생한다. 한마디로 저장된 정보가 없으니 출력할 정보도 없는 것. 따라서 필름이 끊겼다던 사람이 무사히 집을 찾아오는 것은 예전에 뇌에 저장되어 있던 정보를 출력하여 사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출력과정의 고장 때문에 생기는 기억상실증과는 다르다.
또 블랙아웃이 발생하는 것은 급격한 혈중 알코올 농도 상승과도 영향이 있다. 알코올의 양이 급격히 증가하면 뇌가 이를 준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대개의 블랙아웃은 음주 후 수시간, 즉 혈중 알코올 농도가 올라간 시기에 발생한다.
간에서 알코올이 분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체중 60kg인 사람이 맥주 1병(500ml, 4%)을 마실 경우 약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소주 1병(360ml,25%)는 약 13시간이 소비된다. 또 음주 후 72시간이 지나야 간이 정상으로 회복된다.
■알코올성 치매 시작된다
필름이 계속 끊기게 되면 바이타민 B중 하나인 치아민이 부족하게 돼 술을 마시지 않아도 필름이 끊기는 베르니케-코르사코프 뇌증후군에 걸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건망증 현상이 일어나고 심하면 지속적으로 기억을 해내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으로 발전하기도 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특히 알코올성 치매는 술로 인해 뇌가 영양실조에 빠지게 되면 걸린다. 술을 장기간 마신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뇌를 단층촬영해 보면 정상인에 비해 뇌의 부피가 현저히 감소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알코올 과다 소비로 인해 뇌의 영양상태가 나빠져 생기는 현상이다. 알코올성 치매 환자는 노인성 치매 환자와 비슷하게 심한 기억상실로 고통을 받는다. 대개 알코올성 치매는 의존증 말기 환자에게서 자주 보이는 현상으로 필히 전문의를 통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비타민 B가 해답
알코 중독자는 티아민이 포함된 비타민 B군의 영양상태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있다. 조사결과 만성 알코올 중독자는 티아민, 리보플라빈, 피리독신, 엽산, 비타민B12 등 비타민 B군의 결핍이 정상인에 비해 심각한 수준이었다. 또 알코올 남용자의 30∼80%가 티아민, 60∼80%가 엽산, 50%가 피리독신, 17%가 리보플라빈 등이 결핍됐다.
다사랑병원 이종섭 원장은 “포도당은 뇌에 에너지를 공급할 뿐 아니라 아미노산, 신경전달물질, 지방의 생합성에 필요한 탄소 등을 제공해준다. 따라서 뇌에 포도당을 이용하려면 비타민 B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비타민 B가 결핍되면 뇌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예방차원에서 영양제로 보충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